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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스타' 유인촌 '장관' 유인촌

입력
2008.02.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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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권력이다. 권력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대중으로부터 나왔다. 전쟁영웅으로 대표되는 영웅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스타’는 그 대체물이다. 영국의 토마스 칼라일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더 높게 만들려고 노력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모델이 바로 곁에 친근하게 존재하고 있다면 얼마나 생생하고 설득력이 있을까.

‘스타’는 이런 대중의 바람을 외면하지 못해 이미지를 조작하고, 대중은 역할모델이 존재한다는 환상을 깨기 싫어 영웅과 스타를 의도적으로 혼동한다. 혼동은 스타에게 과다한 재능과 권력을 부여한다. 연기만, 연출만,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위대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낳게 한다.

■ 이미지가 자아내는 과도한 기대

정치 역시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 주어야 하기에 스타를 이용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무현 정부가 영화감독 이창동, 배우 김명곤을 문화부 장관으로 앉힌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때 야기되는 문제가 바로 ‘자질’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미국의 다니엘 부어스틴은 <이미지와 환상> 이라는 책에서 유명인을 이렇게 정의한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며, 위대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도 아니다. 단지 인간은 위대해야 한다는 우리의 과도한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때문에 ‘스타’ 장관은 속성 상 어렵지만 그 ‘과도한 기대’로부터 빨리 벗어나야 한다. 안 그러면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그것으로 내 인기도 더 높아 질 것’이라고 착각한다. 오만에 빠져 신념의 배반, 가치관의 전복에도 거리낌이 없다. 자신에게 ‘인기’란 권력을 쥐어준 특정인이나 일부 대중만을 위한 쪽으로 내달린다.

노무현 정부시절, 언론통제의 신호탄인 브리핑제도에 앞장 선 것이 그렇다. 영화인으로서 온 몸으로 지키고자 했던 스크린쿼터를 슬그머니 내려놓아 결국 죽게 만든 것도 그렇다. 문화가 문화로 존재하지 못하고 이념의 그릇이 되고, 문화권력이 모두 한 쪽으로 쏠린 것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도 초대 문화부장관을 ‘스타’ 유인촌으로 선택했다. 35년 동안 배우로 활동한 그에게는 대중이 부여한 인기와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햄릿> 과 드라마 <전원일기> ,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 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있다. 그 권력과 환상이 장관의 ‘자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연기는 연기일 뿐이다. <야망의 세월> 속의 이명박이 실제 유인촌이 아니듯.

‘장관’ 유인촌에 관한 한 우리 모두 ‘스타’라는 수식어를 떼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과도한 욕심도, 기대도 없어진다. ‘장관’ 자질을 가늠할, 삶의 다른 부분들이 보일 것이다. 그것으로 과연 그가 맹세한 문화한국의 브랜드와 이미지,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 개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 존중의 문화예술정책을 펼 수 있나 지켜보자.

■ 문화정체성 바로잡기 제 역할을

‘인간’ 유인촌을 아는 사람들은 벌써 색깔 바꾸고 접근하는 주변 인물들의 간사한 혀에 현혹되지 않고 이념과 계파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문화정체성을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려면 유인촌 자신이 먼저 ‘스타’에서 벗어나야 한다. 140억원의 재산에 대해 “내가 35년 배우생활을 했는데 이 정도 벌 수 있는 것 아니냐” “최근에는 연극이나 CF에서 번 돈을 대부분 기부했다”는 식의 태도는 ‘스타’ 유인촌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 때문에 어쩌면 ‘장관’ 유인촌의 출발 자체가 녹록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유인촌은 ‘스타’가 아닌 ‘장관’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하는 유인촌 장관이 때론 의지가 약해, 때론 고려하지 못한 어떤 우월한 힘이나 유혹 때문에 자신의 맹세를 지킬 수 없는 일이 결코 생기지 않기를.

이대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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