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5일 15개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명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국내ㆍ외에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시간 계획을 시간 단위, 분 단위로 짜라"고 강조했는데 취임 첫날 이 대통령의 일정은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 초 단위로 쪼개 써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국군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법적 권한을 넘겨받았다. 이 대통령은 0시 집무실로 썼던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이명박 대통령입니다"라고 임기 개시를 알렸고, 합참은 군 근무 상황을 새 대통령께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북 세종기지로도 전화를 걸어 대원들을 격려했다.
삼청동 당선인 관저에 돌아와 새벽잠을 청한 이 대통령은 오전 9시30분 2006년 6월 퇴임 직후부터 대선 때까지 거주했던 가회동 자택에 들러 동네 주민들과 티타임을 갖고 작별인사를 했다. 9시55분께 자택을 나온 이 대통령은 동네 주민들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고 "5년 후 성공해 돌아오겠다" "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으로 답례했다. 가회동 자택에서 이 대통령 내외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 부산의 한 여성 지지자가 보내 준 난초에 꽃 3송이가 핀 것을 보고 "뜻 밖의 길조"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립현충원에 들러 참배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썼다.
이 대통령 내외는 오전 10시53분 취임식이 열린 국회에 도착, 의사당 마당을 가로질러 11시 취임식 단상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3부 요인, 외국 고위사절단, 일반 시민 등 5만여명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이명박 정부의 개막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당초 정오께 취임식장을 나설 예정이었으나 취임식장을 찾은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행사장을 빠져 나가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들러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고, 시민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이어 청와대로 이동, 청와대 입구 분수대 광장에서 효자동 주민들에게 5년 동안 잘 부탁 드린다는 취지의 '입주 신고'를 했다.
오후 1시께 청와대에 입성한 이 대통령 내외는 도열해 있는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층 집무실에 들어서면서 "집무실 안 바꿨네? 바꿔야지"라며 테이블과 의자를 각각 타원형과 바퀴형으로 아직 교체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류우익 대통령실장 및 수석 비서관들의 인사발령장에 서명을 하고 공식 임명했다. 청와대 수석 가운데 현역 의원인 박재완 정무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내정자는 국회 회기 중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날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김 여사와 함께 대통령으로서의 첫 청와대 식사를 들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엔 '취임식 외교'에 분주했다. 오후 1시50분부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2시50분부터는 탕자쉬엔(唐家璇) 중국 외무담당 국무위원을 접견했다.
4시 이 대통령은 다시 국회로 이동, 중앙홀에서 열린 내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청와대에서 (한일)정상회담 후 밖에 나와보니 청와대 잔디에 눈이 와 있었다. 뭔가 일이 조금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당선인은 5시 또 다시 청와대로 돌아와 빅토르 주브코프 러시아 연방총리,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를 차례로 접견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어 취임식 축하사절로 온 외빈들을 위한 만찬을 청와대에서 열어 답례했다.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가장 시급한 안보 문제는 북핵 해결"이라며 "핵 폐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있지만, 6자회담 약속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자유무역협정, WTO 다자협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에너지 자원 외교를 강화하겠다"며 "환경 인권 빈곤 질병 등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만찬 후 이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중일 오케스트라의 취임 축하 연주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만찬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일정을 취소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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