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입센의 <인형의 집> 정도로만 만나왔던 북유럽 문학이 최근 2, 3년새 성큼 다가왔다. 인형의>
인터넷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의 ‘세계문학 분류’ 자료에 기초,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5개국 작품(어린이ㆍ청소년 대상작 제외)의 2000년대 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1~2005년 1~4건에 불과하던 번역작 수는 2006(8건), 2007년(11건)을 거치며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는 1월에만 5편의 장편이 나와 큰 폭의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해외문학 시장을 다각화하려는 출판계 전반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핀란드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66)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고 있는 솔 출판사 김지은 편집팀장은 “세계문학 시장에서 소외된 지역을 눈여겨 보던 중 파실린나를 호평하는 독일 언론 보도를 접했고, 작품 검토 후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유럽 북페어에서 작가와 직접 계약했다”고 말했다.
2005년 하반기에 나온 덴마크 작가 페터 회(51)의 추리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마음산책 발행)과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 여행> 은 출간 직후부터 독자의 호응을 얻으며 북유럽 문학 출간의 길을 텄다. 두 책은 현재까지 각각 3만여 부, 2만여 부가 팔렸다. 기발한> 스밀라의>
2000년대 소개되고 있는 북유럽 작가들은 대부분 1940, 5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현역작가’들이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화제가 된 쉰네 순 뢰에스(33ㆍ노르웨이)나 페르닐라 글라세르(36ㆍ스웨덴)처럼 30대 작가의 작품도 나오고 있다.
원작 출간연도 역시 작고 작가인 크누트 함순(노르웨이ㆍ1920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자크 디네센(덴마크), 미카 왈타리(핀란드)를 빼면 대부분이 90년대, 2000년대 작품이다.
북유럽 문학은 기존 유럽문학과 구별되는 매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알라딘 박하영 편집팀장은 “사변적인 프랑스 문학과 개인주의적인 일본 문학이 잘 절충된 느낌을 주는 것이 북유럽 문학”이라며 “소박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진지하고 지적인 사유가 담겼다는 것이 독자들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팀장은 “다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인간-사회 혹은 인간-자연에 대한 속깊은 성찰 등 특유의 문학성이 한국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유럽 작품을 활발히 내는 출판사들은 특정 작가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솔 출판사는 파실린나, 현암사는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의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56ㆍ노르웨이), 영림카디널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47ㆍ아이슬란드), 들녘은 카린 포숨(53ㆍ노르웨이), 좋은책만들기는 헤닝 만켈(60ㆍ스웨덴)의 작품을 주로 출간하는 식이다. 소피의>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 출판사들이 새로운 작가보다 상업적으로 검증된 작가 위주로 ‘안전 경영’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지금의 출간작으론 북유럽 문학의 진면목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재웅 한국외대 교수는 “1800년대 중반 이후 헨릭 입센(노르웨이 극작가), 게오르그 브란데스(덴마크 비평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스웨덴 극작가) 등 대문호가 대거 등장하고 20세기엔 스웨덴이 노벨문학상 시상국이 되면서 북유럽 문학은 일찌감치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며 “현재 번역작들은 요슈타인 가아더처럼 이미 잘 알려진 작가나 헤닝 만켈 류의 인기 장르소설가의 작품에 치우쳐 희곡, 아동문학, 시, 소설 등 장르 전반에서 일고 있는 북유럽 문학의 활기를 보여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북유럽 언어에 정통한 번역가가 적어 구미 시장의 시각으로 선별된 영어, 독일어판 작품을 중역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현지 문학의 실상을 보여주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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