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팽팽했던 미 대선에서 민주당 표를 잠식함으로써 공화당 승리를 가능케 했던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73)가 24일 다시 무소속 대권 도전을 선언,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네이더는 이날 NBC방송에 출연, “올해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앞지를 수 없다면 민주당은 선거운동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1992년 이후 자신의 다섯번째 대선 출마 결심을 밝혔다.
2000년 대선 때 네이더는 500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플로리다주에서 9만7,000여표를 획득, 주로 당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표를 분산시키는 바람에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민주당은 이때 네이더를 ‘선거 훼방꾼’이라고 비난했다. 네이더는 2004년 대선에서는 득표율이 0.3%에 그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과거 때문에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즉각 “정말로 불행한 일”이라고 전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누가 되는 그에게 좋지 않은 일이고 또 미국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의 선두주자로 부상해 있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그의 대선출마가 근로자들의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지는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맞서 아직 경선 계속을 고집하고 있는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네이더는 민주당 표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환영한다”고 말하는 등 공화당 인사들은 대체로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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