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울린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북한 전역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뉴욕 필은 26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북한 주민 1,500여명이 꽉 메운 평양 시내 동평양대극장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가졌다. 이날 공연은 남북한은 물론 미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에 TV로 생중계돼 고전음악공연 사상 첫 세계 중계공연으로 기록됐다.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 필 단원 105명은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가 나란히 게양된 무대에서 북한 국가인 <애국가> 를 웅장한 선율로 연주하며 평양공연을 시작했고 곧 이어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1948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관객들은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모두 기립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경청했고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애국가>
뉴욕 필은 이어 본공연 첫 작품으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을 선사한 뒤 지휘자 마젤의 설명을 거쳐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를 공연했다. 마젤은 <신세계로부터> 에 대해 설명한 뒤 우리말로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젤은 또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을 연주하기에 앞서 “언젠가 <평양의 미국인> 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청중에게 웃음을 안긴 뒤 또다시 우리말로 “즐겁게, 즐겁게 감상하세요”라고 말했다. 평양의> 파리의> 신세계로부터> 신세계로부터> 로엔그린>
본공연을 마친 로린 마젤은 세차례나 나와 인사를 건넸으나 청중들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중 파랑들레와, 전 뉴욕 필 감독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을 선사했다. 마젤은 <캔디드> 서곡 연주에 앞서 “번스타인이 지금 무대 위에서 직접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며 지휘대에서 내려와 지휘자 없이 <캔디드> 서곡이 연주됐다. 뉴욕 필은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우리 전통민요 <아리랑> 을 연주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복 차림의 북한 여성 관람객들은 <아리랑> 이 연주되는 동안 감동에 겨운 듯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도 했다. 아리랑> 아리랑> 캔디드> 캔디드> 캔디드> 아를르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단원들이 퇴장할 때까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단원들도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에 호응했다. 그러나 ‘음악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신들은 일제히 뉴욕 필의 역사적 공연을 타전했다. AFP통신은 “이번 공연이 북한에는 충격이겠지만 미국이 ‘송곳니’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북한이 보았을 것”이라는 마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충격을 초대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ABC방송은 “북한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것은 음악 외교가 이룬 업적”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평양 거리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도 뉴욕 필의 방문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공연 후 뉴욕 필 단원들은 역사적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전날 평양 도착 직후 “음악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정서적인 도구”라고 밝힌 로린 마젤은 공연 직전에도 “역사에 평행선을 그려서는 안 된다”며 북미 양측의 화해를 촉구했다. 그의 바람처럼 이날 연주는 반세기 이상 얼어 붙어있던 북미 관계를 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필 단원들은 이날 오전 동평양대극장에서 실제 연주 의상 차림으로 2시간 30분 동안 리허설을 가졌고 평양음악대학을 방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실을 연 뒤 학생 5명에게 음악CD와 악보 등 미리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뉴욕 필은 27일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 협연을 할 예정이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협연 때 로린 마젤의 지휘를 받는다. 27일 오후 2박 3일의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는 뉴욕 필은 아시아나항공의 특별기편으로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