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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 투자펀드' 출범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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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 투자펀드' 출범 카운트다운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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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주식을 한다”고 하면, “공부나 할 일이지”라는 비난의 추임새가 붙기 마련이다. 그런데 웬걸, 학교에서 등 떠밀고 돈까지 대준다. 총장이 직접 나서 “마음껏 투자해라. 까먹어도 교육경비로 여기겠다”고까지 거든다.

거저 대주는 투자금액도 푼돈이 아니라 무려 10억원이다. 그러나 수익을 낸다 한들 제 주머니 채울 성과급도 없고, 학업의 기본인 학점도 없다. 학생들 입장에선 숫제 부담만 가득 안은 자원 봉사인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이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카이스트학생투자펀드’(KSIFㆍKAIST Student Investment Fund)의 정체다. 학생들이 직접 주식 파생상품 등에 자금을 굴리는 학생투자펀드(SIF)는 미국 등에선 당당한 교과목이다. 미 오하이오주립대의 SIF 운용규모는 2,000만달러(약 190억원)를 넘는다.

국내에선 KAIST가 최근 KSIF(10억원 규모)를 출범시켜 선구자로 나섰다. 가짜 돈(Paper Money)을 투자하는 ‘가상 트레이딩’ 수업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국내 금융교육 실정에서 KAIST의 첫 행보는 모험이자 도전이다. 돈을 벌면 다행이지만, 잃으면 애꿎게 덤터기만 쓸 수도 있다.

하지만 KSIF의 사령탑 김동석(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1년에 1000% 수익률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허풍일까, 자신감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22일 첫 전략회의(매주 금요일 열리는 일종의 수업)를 찾았다.

우선 전략투자, 주식운용1, 주식운용2, 대안투자 등 팀별 소개와 큰 밑그림부터 그렸다. 2시간 넘게 ∑와 ∏ 등 낯선 수학기호가 숨통을 조이고, 복잡한 그래프가 의식을 옭아매고, 난해한 전문용어가 말문을 막는다. 전략회의 한 토막을 쉽게 풀어보자.

_학생: 비슷한 부류의 주식(예컨대 국민은행과 신한지주)은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린다. 어느 순간 격차가 벌어지는데 올라간 건 팔고, 내려간 건 사면 언젠가 다시 모이는 속성이 있어 돈을 벌 수 있다(페어 트레이딩ㆍPairs Trading).

_김 교수: 이론은 그럴싸한데 빛 좋은 개살구다. 위험이 적은 대신 돈은 죽어도 못 번다. 현실은 책이나 논문만큼 한가롭지 않다.

대개 이런 식이다. 학생들이 수백가지 투자이론을 제시하면, 교수와 조교는 득달같이 문제점과 보완할 부분을 지적한다. 김 교수는 “아이디어도 많고 의욕도 넘친다. 하지만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자신 있게, 실감나게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본격 실전 투자(4월)에 앞서 다음달 내내 가상 투자를 하는 것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다.

김 교수는 이미 미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 시절(1993~95년) SIF를 만들어 3년간 연 10% 이상 수익을 올린 경험이 있다. 그는 “가상 투자가 50% 수익률이라면, 실전은 보통 10% 정도”라며 “실제 돈으로 하면 임하는 자세와 스트레스 강도가 달라진다”고 SIF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장담대로 고수익은 가능할까. 무엇보다 불공평한(unfair) 장점이 SIF의 무기라고 했다. 그는 “내 돈 내놓으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없고, 현실에서 운영되는 자금보다 훨씬 적은 액수라 다양한 전략으로 치고 빠질 수 있어 상상도 못할 고수익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SIF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 교육임은 분명히 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연구센터가 쏟아내는 방대한 자료는 실전에선 무용지물이다. 시장상황 지켜보기도 바쁜데, 내용도 어렵고 당장 돈도 안 된다. 애초부터 실전능력을 겸비한 금융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2대 1의 경쟁을 뚫고 KSIF에 합류한 KAIST 학생 20명의 각오도 남다르다. 뉴욕의 국제 컨설팅사 딜로이트에서 근무했던 스티브 백은 “(대학에서) 책만 파다 왔냐는 소리가 지긋지긋하다”고 했고, 외교통상부에서 일했던 김경민(여)씨는 “다양한 투자이론을 실전에 접목해 거시경제 전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식투자로 돈을 잃어 만회할 기회를 벼르는 학부생도, MBA 출신의 슈퍼개미를 꿈꾸는 석사과정도 있다.

10억원은 전적으로 학생들이 주무른다. 학교에서 배운 모든 지식과 이론을 실제 투자에 쏟아 붓는다. 김 교수는 SOS 순간에 투입되는 ‘특급 소방수’, 조교 2명은 전략의 허점을 나무라는 ‘시어머니’ 역할을 할 뿐이다.

목표수익률 역시 학생들의 몫이다. 신주호 투자전략팀장이 호언장담했다. “최소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능가하겠습니다. 그의 연평균 수익률이 25%라던데, 그 이상은 해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할 테니까요.” 김 교수가 웃는다. 이건 실전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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