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 ● 최원용 5단 박영철
<장면 2> 최원용이 흑1, 3으로 우변 백돌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백2, 4가 놓이자 흑의 포위망에도 약점이 생겼다. 기분 같아서는 <참고도> 1로 두어 계속 공세를 취하고 싶지만 당장 2, 4의 반발을 당하면 대책이 없다. 따라서 흑5로 지킨 것은 정수다. 참고도> 장면>
흑의 공격이 한 템포 늦춰지자 이창호가 재빨리 백6을 차지했다. 거꾸로 흑이 먼저 이곳을 두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곳이다.
우변에서 백이 손을 뺐으니 최원용이 흑7로 공격을 재개한 것은 당연하다. 이때 백이 A로 한 칸 뛰어 달아나는 것은 흑B를 두게 해서 저절로 상변이 흑집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창호는 백8, 10으로 안에서 근거를 마련하는 쪽을 택했다. 자체적으로 삶을 확보한 다음 상변에 침입하는 수를 노리려는 생각이다.
이때 최원용이 흑11, 13으로 두어 약간의 실리를 벌면서 귀의 약점을 간접 보강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너무 욕심이 과했다. 지금은 이렇게 잔재주를 부릴 게 아니라 흑11부터 17까지의 수순을 모두 보류하고 그냥 점잖게 흑C로 두어서 상변을 확실히 집으로 굳히는 게 급선무였다.
최원용은 굳이 상변에 가일수 하지 않아도 백이 쉽게 쳐들어 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 이창호의 다음 한 수가 너무 통렬했기 때문이다. 백18의 깊숙한 침입이 당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정말 기발한 착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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