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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MB정부의 취임 주가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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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MB정부의 취임 주가를 보니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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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세상사를 복잡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 그의 말과 태도는 걱정과 근심보다 긍정과 극복을 앞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농후한 세계경제로 인해 성장과 일자리창출 공약 이행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상황인데도, 그는 “악조건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며 “노사가 힘을 모으고 마음만 조금 바꿔먹으면 된다”고 줄곧 말한다. 또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 물결을 보고는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하지만 힘을 모으면 이론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것도 실물에서는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 국민과 다른 눈높이와 자신감

이런 언행은 남다른 그의 인생역정과 철학, 화려한 성공신화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른바 살아보니 못할 것도, 모를 것도 없더라는 자신감이다. 당선인 시절, 이 대통령은 대한상의 주최의 재계 신년회에 참석해 기업투자를 독려하는 와중에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숫자만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른다”고 묘한 언급을 했다.

30대 대기업이 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방침에 대한 화답으로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19% 늘리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말이다. 물론 이 말엔 의구심이 담겨 있다. CEO를 지낸 경험에 비춰볼 때 체면치레로 구체적 투자계획도 없이 액수만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선기간 중 재계에 이 대통령의 당선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청계천 정치’로 불리기도 하는 이 같은 자신감과 긍정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힘이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은 종종 이 대통령을 가볍게 만들고, 비판의 도마에 올리는 요인이 된다. 인

수위의 과욕 혹은 과시가 빚어낸 여러 잡음은 그렇다 쳐도, 새 정권을 이끌 장관과 청와대비서진 내정과정에서 초래된 시비와 논란은 이런 맥락에서 많은 우려를 낳는다. 자신이 결정하면 국민들이 알아서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출 것이라는 일방적 낙관과 자신감의 산물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속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선 직후 “국민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기쁨은 잠시이고, ‘이 일을 어찌할꼬, 어휴 어떻게 해야 하나’ 가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던 초심을 제대로 지키겠느냐는 걱정에서다. 일부 조사에선 한때 80%를 넘나들던 지지도가 벌써 60%를 밑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도에 견주면 징후가 좋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런 현상과 숫자마저도 개혁에 따른, 혹은 지나친 기대가 낳은 ‘성장통’ 정도로 받아들일 듯 싶다. 사실 그런 측면이 있을 것이고, 성과에 앞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성장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부든 명예든 권력이든 지역이든 계층이든, 편향된 인물들로 정권의 진용을 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념의 시대가 가고 실용의 시대가 왔다고, 보편적 가치의 무게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국정목표와 과제에서는 잔칫상이라고 할 만큼 많은 메뉴를 골고루 내놓았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새 정부와 함께 지고 가야 할 짐이고 꿈이다.

그런데 이를 실현할 리더십은 강건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정체성이 불확실한 까닭이다. 새 정부가 약속한 ‘따뜻한 시장경제’를 울면서까지 믿고 싶은 재래시장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의 성격은 분명히 정리하는 게 옳다. 성장의 혜택을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인내를 요청할 수 있는 신뢰자산을 쌓으려면 더욱 그렇다.

■ 사람 쓰는 일이 국민신뢰 좌우

이 대통령은 1월 초 인수위 시무식에서 “오늘 뜨는 태양은 유난히 크고 붉었다. 해가 달라졌겠나. 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이 달라진 것이지”라고 말했다. 그 태양이 어제는 더욱 크고 붉었을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로 선출된 13대 대통령 이후 역대 ‘취임 주가’가 급락했던 징크스를 깨고 어제는 주가도 적잖이 올랐다. 시장은 이 주가를 어디로 끌고 갈 건지, 오늘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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