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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행동 요청한 실용주의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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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행동 요청한 실용주의 취임사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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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역사적ㆍ시대적 사명에 신명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이 섬김을 받는 편안한 나라,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 문화 창달과 과학기술 발전, 튼튼한 안보와 공고한 평화통일 기반, 국제적 책임과 인류공영의 길을 가겠다는 약속이다.

‘이념의 시대’에서 ‘실용의 시대’로 가는 길,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새로운 신화’의 길을, 자신이 앞장 서서 이끌 테니 국민 모두 힘을 모아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가난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달변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이 취임사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서 한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류 선진국이나 국민 모두의 성공이 결코 쉬울 턱이 없지만, 적어도 말보다는 행동이, 질시보다는 관용이, 대결보다는 화합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펼쳐지리라는 기대는 커진다.

또 대통령이 솔직하게 국민의 행동을 요청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국민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변화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변화의 필요성에 눈 뜨는 지혜, 변화를 위한 희생을 감내하는 용기, 최종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의지를 요구했다. ‘이명박이라면 할 수 있다’에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로 한 걸음 물러난 자세에서 큰 걱정거리 하나를 잠시 내려 놓는다. 지나친 자신감에서 오는 독선과 아집의 폐해를 톡톡히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취임사 특유의 에두른 표현에 많이 가려졌지만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 살리기’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도 뚜렷이 드러났다. 개방과 자율, 창의를 앞세우다 보면 저절로 이르게 되는 ‘작은 정부, 큰 시장’, 규제완화가 되살려 낼 경쟁력과 효율성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기업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몰아 주면서 국민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부분이어서, 어느 정도의 상대적 희생과 차별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삐끗하면 커다란 반발을 부르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민심은 물과 같다. 한없이 평온하게 흐르는 듯하다가도, 때로는 굽이치고, 때로는 폭포로 떨어져 내리고, 때로는 거칠게 땅을 휩쓴다. 마음 없는 물의 선택이 아니다. 흘러내려갈 지세가 그렇게 펼쳐져 있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세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정치, 특히 지도자에게 달렸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시장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노사문제와 교육문제 등 사회적 갈등 요인도 숱하다. 이 모두를 순조롭게 헤쳐가길 바라지만, 고뇌와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국민의 얼굴과 취임선서를 떠올리길 권하고 싶다. 국민의 힘을 믿고, ‘헌법 준수’와 ‘성실한 직책 수행’ 다짐만 지킬 수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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