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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의 최후… 자연사냐 안락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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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의 최후… 자연사냐 안락사냐

입력
2008.02.26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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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할 것인가, 안락사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1호가 20일 공식 임무를 종료하고, 미국이 21일 고장 난 첩보위성을 미사일 요격으로 파괴하면서 ‘위성의 최후’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부분 위성은 대기권에서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이지만, 미래에는 혼령처럼 우주를 떠도는 위성체들이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 대기권에서 몸을 불사르다

지난해 12월 30일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의 지상 관제국과 교신이 두절된 아리랑 1호는 20일 과학기술부의 승인으로 공식 임무를 종료했다. 8년 동안 지구를 4만3,000바퀴 돌면서 영상 47만장을 찍은 끝에 ‘전역’한 것이다.

아리랑 1호는 저절로 고도가 낮아지면서 공기와 마찰로 몸을 불사르고 종적을 감출 예정이다. 무게 500㎏의 작은 위성인 아리랑 1호가 지상에 이를 때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수명이 다한 위성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위성의 ‘자연사’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발사한 6,500여 개 위성 중 3,300여 개가 이런 식으로 최후를 맞았다.

하지만 아리랑 1호의 최후까지는 앞으로도 45년 이상 걸린다. 항우연의 시뮬레이션 결과 아리랑 1호는 대략 40년에 걸쳐 현재의 672㎞ 고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540㎞ 상공까지 조금씩 떨어지다가 이후 급격히 고도가 낮아지면서 대기권에 진입한다.

우리나라가 1992년, 93년, 99년 각각 쏘아올린 우리별 1~3호도 일찌감치 임무를 종료했지만 여전히 제 궤도에서 돌고 있다. 3기의 위성은 낡을 대로 낡아 더 이상 교신은 안 되지만, 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위성추적시스템에 의해 이런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위성이 추락하기까지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위성의 공전을 방해할 공기가 없다면 위성은 가던 길을 계속 간다(뉴턴의 운동 법칙인 관성의 법칙을 떠올려 보자).

연세대 우주천문학과 박상영 교수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의 밀도는 기하급수적으로 희박해지기 때문에, 고도 500㎞ 정도면 궤도변화에 영향이 크지만 800㎞가 넘어가면 거의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별이나 아리랑은 무게가 50~500㎏에 불과하지만, 10톤이 넘는 대형 위성은 대기에서 타다 남은 잔해가 지구로 떨어질 수 있다. 15년 동안 우주에 떠있다가 1991년 추락한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가 대표적이다. 137톤이나 되는 몸체 중 20~27톤이 1,500여 개의 파편으로 쪼개져 지상에 부딪혔다. 러시아는 사고를 막기 위해 남태평양 바다에 떨어지도록 마지막 궤도 수정 임무를 수행했다.

<■ 파편으로 남는 위성들/b>

최근엔 ‘안락사’하는 위성도 생기고 있다. 중국이 2007년 1월 자국 위성을 요격해 파괴한 데 이어, 미국도 21일 고장 난 첩보위성을 해상 미사일로 격추시켰다.

미 국방부는 위성의 연료로 쓰이는 ‘히드라진’이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요격을 감행했지만, 주변국들은 이를 미국의 ‘우주 전쟁 실험’으로 보고 있다.

항우연 심은섭 우주응용센터장은 “히드라진은 일반적으로 위성의 연료로 쓰이며 지금까지 3,000여 개의 위성이 지상에 추락했어도 별 탈이 없었다”고 말했다.

위성 요격의 문제는 남는 파편들이다. 지난해 요격된 중국의 위성 풍운 1호는 고도 300~880㎞에 1,000개가 넘는 파편을 퍼뜨렸는데, 위성들이 많은 700~800㎞ 고도에 밀집해 있어 다른 위성과의 충돌 가능성이 우려됐다. 파편 크기는 수㎜ 내지 수십㎝에 불과하지만 위성의 공전 속도가 초속 7㎞이고, 파편의 공전속도까지 더해지면 초속 15㎞까지 될 수 있어 충돌하면 위성에 치명적 상해를 입힌다.

박 교수는 2011년 발사될 아리랑 3호가 풍운 1호의 파편과 충돌할 확률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대 수명 4년 동안 0.1㎝ 크기 파편과 충돌할 확률이 12%”라며 “아리랑 3호의 외벽 두께를 2,3㎝ 이상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993년 허블우주망원경의 안테나에 뚫린 1㎝의 구멍도 이런 우주 쓰레기와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 우주 떠도는 위성의 혼령

위성에겐 영원히 우주 미아로 떠도는 제3의 운명도 열려 있다. 무궁화 위성과 같은 통신위성은 늘 지상과 교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구의 자전속도와 위성의 공전속도가 일치하는 3만6,000㎞ 상공에 쏘아올린다.

이런 정지궤도 위성은 수명이 다하면 약간의 에너지를 가해 궤도를 띄운다. 그러면 위성은 지구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간다. 1995년 발사한 무궁화 1호도 2005년 이렇게 방출됐다.

우주 공간을 떠돌다 어떤 천체의 중력권에 사로잡혀 충돌할 최후를 맞을지, 수십억 년 뒤 다른 별로 여행 중인 인류의 후손에 의해 발견될지, 막막한 미래만이 펼쳐져 있다.

고도가 800㎞가 넘어가면 대기가 극도로 희박해지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곳에 있는 위성도 반영구적으로 지구를 돈다.

항우연 김해동 연구원이 고도 1,300㎞에 있는 우리별 1호의 추락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0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었다. 김 연구원은 “1,000㎞보다 높이 떠있는 위성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별 1호는 추진장치도 없고 교신도 안 돼 궤도를 조정할 길은 없다. 그물을 던져 끌어내리거나 먼 우주로 내던지지 않는 한 지구 외기권에는 고이 잠들지 못한 ‘위성 시체들’이 떠돌고 있을 것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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