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동아시아 정상을 확인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중국 충칭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연맹컵(이하 동아시아대회) 남자부 최종전에서 일본과 한 골씩을 주고 받으며 비겨 승점(4점ㆍ1승2무)과 득실(+1)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5-4)에서 앞서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은 전반 14분 염기훈(울산)이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 선제골을 뽑았지만 후반 22분 야마세 고지에게 동점골을 내줘 5년 만의 일본전 승리를 놓쳤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38승20무12패로 앞서 있지만 2003년 5월31일 친선경기(1-0) 이후 3무1패에 그치며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3-1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2무1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주장 완장을 차고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한 김남일(고베)은 MVP의 영예를 안았다.
‘허정무호’는 동아시아대회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가 빠지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는 악조건에서도 우승컵을 차지,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침묵을 지키던 ‘토종 골잡이’들의 득점포 폭발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박주영(서울)은 중국과의 첫 경기(3-2)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천재 골잡이’의 부활을 알렸다. 2006년 대표팀 발탁 후 국제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한다는 평을 듣는 염기훈(울산)도 두 골을 터트리는 기복 없는 활약을 펼쳤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 활용 폭을 확인한 것도 이번 대회의 소득이다. 허 감독은 중국전에서 3-4-3, 북한전에서 4-2-3-1, 일본전에서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서는 등 상대와 가용 자원에 따른 전술 실험을 펼치면서도 우승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선수들의 가용 폭도 넓어졌다. 조원희(수원)는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고, 염기훈도 왼쪽 날개와 중앙 공격수로 나서 모두 골을 터트리며 ‘멀티 플레이어’의 잠재력을 뽐냈다. 이상호 구자철(이상 제주) 등 경험 부족한 젊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가능성을 점검 받았다.
그러나 수비진의 불안정한 조직력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3경기에서 4골 허용은 수치상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대표팀 수비진은 이번 대회에서 촘촘한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집중력 결여로 한 순간 허물어지며 두 차례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한편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24일 영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3차전에서 북한에 0-4로 완패, 3전 전패로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여자부 우승컵은 이날 열린 최종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일본(3승)이 가져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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