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견제하라.’
세계 LCD TV 시장의 패권을 둘러싸고 일본 업체들의 ‘삼성전자 고립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일본TV 업체인 소니가 샤프에서 LCD TV용 패널을 장기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소니와 샤프는 이르면 금주중 세부협력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합작설립한 S-LCD로부터 패널을 대부분 구입해 왔으며 일부 부족한 물량만 대만업체에서 조달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소니가 S-LCD를 제쳐두고 샤프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기로 한 것을 두고 “일본업체들이 연합해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는 최근 소니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956만대의 LCD TV를 판매한 소니는 올해 판매 목표를 2,000만대로 2배 이상 늘려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지난해 S-LCD에 대한 2차 투자를 거부했다. 소니는 2004년에 삼성전자와 S-LCD를 설립해 충남 탕정에 7-1, 8-1 라인 등에 1단계 투자를 했다. 그러나 소니는 지난해 11월에 이뤄진 8-1라인 2단계 투자에 참가하지 않아 삼성전자와 협력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소니는 샤프에서 5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이 주를 이루는 10세대 LCD 패널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S-LCD에 대한 8세대 투자를 중단하고 10세대 투자를 본격화하려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특히 10세대 투자를 계기로 패널 공급선을 삼성전자에서 아예 샤프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소니가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으면서 일본 전자업계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는 등 일본내에서 ‘왕따’를 당해온 것도 이번 공급선 전환의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TV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업체들은 삼성전자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이에 따라 마쓰시타 히타치 도시바 등이 공동 지분 투자를 통해 LCD 공장을 신설하는 등 ‘반(反)삼성 공동전선’ 형성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니의 공급선 변화는 향후 삼성전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은 소니의 구매선 다변화 차원으로 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샤프의 동향을 주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샤프는 세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소니와 협력해 패널 공급을 늘리면 LCD TV 완제품 및 패널 생산 모두에서 판매량이 부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소니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제품 판매나 LCD 패널 공급에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10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타도 삼성을 외치는 일본 전자업계의 연합전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니와 샤프가 10세대 LCD TV 사업에서 손을 잡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1위 수성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 봤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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