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공부 못한 한을 풀었습니다.”
64세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 숙원의 학사모를 쓰게 된 인력 아웃소싱 전문기업 삼구개발의 구자관(사진) 회장의 입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지난 4년간 대학생(04학번)으로 생활해온 구 회장은 “많은 나이에 공부하려니 힘들었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의 졸업장은 1개(용문고 야간)뿐이었다. 초등학교는 월사금을 못내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중학교는 형편상 아예 다니지도 못했다. 구 회장은 “친구들이 검은 교복에 모자 쓰고 학교 다닐 때 나는 ‘아이스께끼’ 통을 매고 장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야학에서 공부해 간신히 검정고시를 통과,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돈벌이 때문에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대학을 다니고 싶다”는 바람은 2004년 특별전형으로 용인대에 입학하면서 이룰 수 있었다. 그는 늦은 만큼 학교 생활도 열심히 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각종 MT에 졸업여행까지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나이가 막내 아들 뻘인 ‘선배’들에게도 반말 한 번 하지 않고 꼬박꼬박 선배라고 불렀다.
공부는 쉽지 않았다. 경호사업과 관련된 경찰행정학과를 택했지만 법학 등 수강과목이 너무도 어려웠다. 특히 환갑을 넘긴 그에게 교양 필수 과목인 유도, 태권도는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구 회장은 “태권도는 F학점을 받아 재수강도 했다”며 “하지만 다른 학생들처럼 웃통 벗고 뛰어다니는 등 열심히 해 교수님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구 회장의 졸업학점은 4.5 만점에 3.7정도. 그는 “04학번 동료들, 교수님들의 도움 덕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구 회장은 대학원 진학에 대해 “이제는 공부 안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공부를 하는 동안 삼구개발 직원들과 학교 동료들, 교수님들에게 두루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등 수료증만 10여개나 갖고 있는 그가 공부에 대한 열정을 쉽게 꺼뜨리지 않을 것 같다. 구 회장은 “내 성격을 아는 주위 사람들은 두세 달만 지나면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 때 가봐야 알지 않겠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