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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남 작가회의 새 이사장 "외곬로 치닫는 현세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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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남 작가회의 새 이사장 "외곬로 치닫는 현세태 우려"

입력
2008.02.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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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는 문학의 이름으로 현실에 대응하는 자랑할 만한 전통을 세웠습니다. 다시금 그런 국면이 전개될 징후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바깥으로부터의 질문에 품위 있게 대답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소설가 최일남(76)씨가 23일 한국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작가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문학의 집ㆍ서울’에서 고은 황명걸 신경림 백낙청씨 등 원로를 비롯, 150여 명의 회원이 모인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고 최씨를 제17대 이사장에 추대했다.

최씨와 2년 임기를 같이 하는 부이사장엔 이시영 윤영수 강형철 김정환 김영현씨가 뽑혔다. 작가회의는 이 자리에서 “최근 문화계 일각의 퇴행적 과거회귀 경향,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인위적 조성, 문화 검열적 행태 부활, 시장 영합주의 전면화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성명을 냈다.

최 이사장은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작가회의 전신) 창립할 때 이름이나 얹고 변방에 머물러온 데다 나이도 많은(전임 이사장 정희성씨보다 13세 연상) 내게 직책을 제안하기에 처음엔 고사했다”면서 “거듭 간곡한 요청을 받다보니 인생 말년에 2년간 이름 좀 얹어달라는데 그것도 못하랴 싶어 수락했다”고 말했다.

‘우파 정부’ 등장에 따른 조직 운영 방침을 묻자 그는 “내가 이사장이 됐다고 작가회의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테고, 향후 활동은 부회장 5명, 이사 70명과 함께 하는 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영어에 몰입하는 분위기로 인해 모국어가 ‘울 밑에 선 봉선화’ 신세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고, 자본의 논리가 전부인양 외곬로 치닫는 것도 문제”라며 “문학의 입장에서 할 말이 있다면 다른 문학단체보다 먼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문학> 반입 허용 논란에 대해 “북쪽 사람들이 반세기 이상 위계적이고 정치적인 상황에서 살아온 걸 뻔히 봐왔잖느냐”면서 “갑자기 보안법 위반을 들고 나오는 건 그야말로 호들갑스럽고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작가회의 조직의 팔구할은 이미 젊어졌고, 그런 변화는 세상사의 당위이자 희망”이라며 “창립 후 가장 큰 논란이었던 단체명에서 ‘민족’을 떼는 일도 젊은 회원들이 신사적이고 문학적으로 잘 처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흰색 수정액이 묻은 손바닥을 펴보이며 “요즘도 창작을 한다고 하는데 신통친 않다”면서 “20, 30대를 비롯한 젊은 작가 작품을 꾸준히 읽으면서 젊은 감각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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