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 노래 '그 사람…' 등 재해석팝송 대신 '가요 샘플링' 묘한 매력"과거-현재 공존성 풀어내고 싶었다"
그룹 45RPM이 토종 힙합의 매운 맛을 보여준다.
이현배 박재진 최경욱으로 구성된 45RPM은 2005년 데뷔 앨범부터 고집스럽게 전통가요를 샘플링해서 힙합 리듬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2집 앨범 에서 타이틀 곡 <살짝쿵> 에서 정훈희의 노래 <그 사람 바보야> 를 끈적이는 힙합 리듬으로 풀어냈다. 그> 살짝쿵>
최경욱은 “힙합 음악을 하면서 왜 가요는 샘플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젊은 세대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요 중에 상당히 훌륭한 곡들이 많이 있다. 이런 노래를 찾아서 우리식 대로 풀어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45RPM은 1집에서도 고복수의 <사막의 한> 원곡을 힙합으로 재해석하는 <리기동> 으로 힙합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졌다. 국내 힙합 뮤지션은 해외 유명 팝송을 샘플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와중에 45RPM의 시도는 괴짜다우면서도 독특한 구석이 있다. 언뜻 듣기에는 힙합과는 거리가 있을 듯한 숨겨진 가요를 힙합과 접목시키는 작업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리기동> 사막의>
<살짝쿵> 은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괴짜다움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곡이다. 박재진이 소장하던 이름 모를 LP에서 따냈다는 ‘세월은 가도 노래는 남아…’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익살스럽다. 정훈희의 간들어지는 음색에 45RPM의 찰진 랩이 덮혀지면서 듣는 이의 흥을 돋운다. ‘에오에오에오 에오에오에오에’가 반복되는 후렴구는 어깨를 가만히 둘 수 없게 만든다. 세대와 장르를 훌쩍 뛰어넘는 작업을 위해 특별 도우미가 투입되기도 했다. 살짝쿵>
박재진은 “가수협회 부회장이신 정훈희 선배님을 섭외하기 위해서 이사인 DJ doc의 (김)창렬 형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배님께서 흔쾌히 승락을 해주신 것에 한번 놀랐고 힙합 리듬을 전혀 어려워 하지 않으시고 녹음을 한번에 끝내셔서 그 내공에 두번 놀랐다”고 말했다.
45RPM의 2집 앨범은 한국 가요의 지난 흔적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뚜렷하다. 과거는 과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되살려, 그 공존함을 음악으로 들려주고 있다. 정훈희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이 <행복을 찾는 속삭임> 에 보컬로 참여했다. 1980년대를 풍미한 들국화의 곡을 리메이크한 <제발> , 당시 롤러스케트장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등은 이런 흐름을 이어간다. 제발> 행복을>
웨스턴 풍의 와 레게 뮤지션 쿤타와 함께한 은 45RPM의 또 다른 시도다.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힙합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현배는 “힙합은 다른 장르를 소화하기 적합한 장르다. 옛 가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장르와의 접목으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개인기와 애드리브가 음악 보다 더 중시 여겨지는 가요계를 신랄하게 한 <두비두밥> 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1집 수록곡 <붐> 에 이은 또 하나의 문제곡이다. <붐> 은 테크노, 댄스 등으로 줏대 없이 한 장르로 쏠리는 현상을 풍자했던 곡이다. 붐> 붐> 두비두밥>
45RPM은 “동료 가수들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다. 우리도 앨범의 컨셉트를 위해 헬멧을 쓰고 무대에 오른다. 자유로울 수 없단 얘기다.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런 현실을 알리고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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