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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대통령을 맞는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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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대통령을 맞는 기대와 걱정

입력
2008.02.2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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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이 오늘 취임한다.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울릴 팡파르와 함께 국민의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새 대통령과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이미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한 차례 확인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대 표차의 압승을 안기며, 국민이 마음 속에 품었던 것은 '지금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 이름이 변화든, 개혁이든, 실용주의든, 또 다른 무엇이든 '참여정부' 5년, 길게 보아 'IMF 위기' 이후 10년 동안 차갑게 시들어 버린 희망의 싹이라도 되찾아 가지게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의 잇따른 다짐과 달리 왜 날이 갈수록 서민 삶은 피곤해지고,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정신적 피로에 시달려야 하는지에 대한 거듭된 물음이기도 했다. 그런 기대와 주문, 물음이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버린 좌우, 진보ㆍ보수의 대결을 넘어 '실용'의 깃발 아래 모여들었다.

# '희망'으로 국가잠재력 깨우고

그런 국민의 생각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고,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새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또 대선 승리 이후 두 달 남짓한 '정권 인수기'에 끊임없이 강조해 온 그대로, 경제만은 확실히 살려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또 특유의 추진력과 실용적 사고로 사회 곳곳의 침체한 분위기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일깨울 것이고, 그렇게 얻어진 성장의 단물이 아래쪽으로도 흘러 내릴 것이라는 소박한 꿈이다.

잔뜩 움츠렸던 기업들이 조심스럽게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하고 나서는 등 적어도 변화의 흐름은 감지되고 있다. 완전하진 않지만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실용주의의 징표인 '작고 유능한 정부'의 디딤돌도 놓았다. 남은 것은 새 대통령의 지도력이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입증해 보일 넓은 무대가 펼쳐져 있고, 국민은 박수를 칠 준비가 돼 있다.

아울러 국민을 배우고 못 배운 자, 가지고 못 가진 자 등으로 수없이 쪼개고 편을 가르려고 했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국민을 하나로 묶어서 끌고 나가는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과 계층, 남녀, 종교, 출신학교 등 다양한 요소를 폭 넓게 고려하고, 반드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살펴보아야 한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새 정부의 다짐에서는 희망이 보인다.

이런 자세는 정부조직 개편에서 드러났고, 새 정부 각료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두고도 예고된 의회정치 차원의 갈등과 마찰을 극복할 지혜와도 곧바로 연결된다. 또 취임식 직후 바로 시작될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 대외적 우호관계 확립으로도 이어진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대통령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은 말이다. 노무현 정부가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설로 치른 비용은 컸다. 지도자 개인의 자신감과 개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대통령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 '실용'에 완급의 묘를 덧붙이라

커다란 기대와는 달리 눈앞의 현실은 많은 우려를 낳는다. 새 정부의 앞날이 걸린 '경제 살리기' 환경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충격이 세계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운 가운데 한국경제는 성장과 경상수지, 물가, 고용 등 모든 부문에서 노란 불이 켜졌다. 7%에서 6%로 낮춘 성장률 목표 달성조차 쉬워 보이지 않는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에 서민 가계가 멍들어 가고 있고, 중소기업의 조업 여건도 위태롭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지도자의 역할은 빛날 수 있다. 경제상황 전반을 주시, 선제적 대책까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안이한 인식은 금물이다. 재정 확대를 통한 인위적 부양의 유혹도 크겠지만 결국 경제구조 왜곡으로 부담만 키운다는 점에서 피하는 게 낫다. 다양한 정책을 조합한 탄력적 '경기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지혜와 마음을 모아야 한다. 불굴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자칫하면 독선과 아집으로 흐르기 쉽다. 거꾸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서 함께 가야 하며, 그러려면 당장의 성과를 보이기보다 '실용'을 비롯한 모든 정책노선과 목표에 완급을 가미해야 한다. 이번마저 국민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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