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버드 경영대의 존 켈치(John Quelch) 교수는 ‘사라져가는 정치 소비자들(vanishing political consumers)’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라져가는 정치 소비자’란 정부를 불신하고 정책에 무관심해지는 사람들을 말한다. 성공한 히트상품들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무엇일까? 정치 소비의 주체인 국민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상품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찾아보자.
■ 고객도 모르는 욕구를 읽어야
우선 고객의 마인드로, 고객이 기대하고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알아야 한다. 고객의 니즈(needs)에 부응하려면 시대의 미묘한 흐름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직관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시장의 대다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정치상품, 공공서비스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히트할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 시대의 도래라는 트렌드를 감지하여 일과 여유, 도시와 자연의 조화로운 향유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절하게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수하는 상품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진 부분을 개선하는 데서 나아가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니즈를 일깨워 주는 혁신성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대표적 사례가 소니의 워크맨이다. 워크맨 출시 당시 오디오 기기는 대형화하는 추세였고,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회장은 ‘들고 다니는 음악실’이라는 컨셉(concept)에 착안하여 신상품 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그것이 결국 전 음악애호가들의 꿈을 채워 주는 히트상품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남보다 한 걸음 앞서 미래를 앞당기는 리더의 창의력과 모험심이 고객감동의 정치상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지금 기업은 감성적 파워를 증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도 매출 증대에서 자사 제품을 통해 고객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일상적 기기인 휴대전화만 하더라도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시장 저소득층에게는 생활과 사업방식을 변화시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꿈의 상품’이다.
정치상품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에게 꿈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과거의 시장이 격차와 분열, 과거사에 치중되었다면 이제는 미래지향적 비전과 감성적 공동체, 꿈을 보여 줄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상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최근 선진기업을 보면 신제품을 일방적으로 출시하지 않고 과정, 과정마다 고객과 대화하고 개선해 나간다. 상품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고객을 참여시키는 크레슈머(cresumer) 현상도 나타난다.
정치상품 역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하기보다 만들어가는 과정, 실행해 가는 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의 성공을 통해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다면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다음 신상품의 순조로운 마케팅도 가능할 것이다.
■ CEO의 인간적 매력도 중요
끝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CEO의 인간적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고객은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CEO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고객은 단순히 실력 있는 리더를 찾는 것이 아니다.
실력 외에도 문화적 소양을 갖춘 매력 있는 리더를 원한다. 전문성과 리더십,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은 기본이고 인간적 매력을 가꾸고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부분으로는 패션과 외모에서 매력을 표현하고, 나아가 꿈을 줄 수 있는 언행과 교양, 품격을 보일 수 있다면 정치상품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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