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못해도 좋다. 그러나 프로다워야 한다.”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흥국생명의 황현주 감독(42). 그는 좀 엉뚱하다. 질문을 하면 모범답안이 나오는 법이 없다. 그래서 단 둘이 주고받는 대화가 토막나기 일쑤다.
정규시즌 우승 소감을 묻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우승이 싫다고? 그러나 곧 이어 나온 말은 “절대 지고 싶지는 않다”였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 25일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정규시즌, 챔프전 통합 우승 3연패를 자신했다.
현재 전력으로 볼 때 흥국생명의 우승이 유력한 것이 사실. 그러나 황 감독은 “개막전에서 우리가 KT&G에 질 때를 생각해보라”며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김연경-황연주 좌우쌍포는 건재했지만 세터가 바뀐 데다 센터가 약했다. 게다가 주전 리베로 구기란의 부상 공백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신인 리베로 전유리와 센터 김혜진을 발굴하지 못했다면 정규시즌 1위는 불가능했다는 게 황 감독의 설명이다.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 만날 걸로 보이는 KT&G와 GS칼텍스의 장단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릎 통증이 심했던 김연경과 체력 저하에 시달린 황연주에게는 쉴 기회도 줄 계획이다. 황 감독은 “챔프전도 준비하고 올림픽 예선도 생각해야 하는데 주전을 빼면 팬들이 욕할까 두렵다”고 ‘배부른 걱정’을 했다.
2위 KT&G 박삼용 감독과 3위가 유력한 GS칼텍스 이성희 감독대행도 이미 포스트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KT&G는 선두 싸움을 벌이느라 떨어진 체력 보강에, GS칼텍스는 공격에 비해 떨어지는 수비와 조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흥국생명 등 여자부 3강은 다음달 15일부터 시작하는 ‘봄잔치’를 앞두고 각자의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느라 바쁘다. 그때까지 준비할 시간이 제법 남았지만 마음이 바쁘기는 황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용인=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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