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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야당 '앙숙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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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야당 '앙숙의 동거'

입력
2008.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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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두 라이벌 정당이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반 무샤라프 기치 아래 공동정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이끄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공동의장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21일 총선 이후 처음으로 만나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자르다리 공동의장은 “양당이 조율할 사안이 많지만 원칙적으로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당은 1988~99년 각 당의 대표였던 베나지르 부토와 샤리프가 번갈아 총리를 맡으며 4번이나 정권교체를 했던 앙숙. 이를 반영하듯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처리 문제와 무샤라프에 의해 축출당한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의 복권, 대미 외교 등 중대 사안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지도자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더 강한 파키스탄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에 의회 해산권을 부여한 헌법을 개정, 의회가 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1973년 헌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초드리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복권시키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잠정집계 결과 PPP는 하원에서 88석, PML_N은 66석을 얻었다. 자르다리 의장은 샤리프 전 총리와의 회동 전 파슈툰계 민족정당으로, 이번 선거에서 10석을 얻은 아와미전국당(ANP) 당수를 만났다. ANP와 카라치 지역당인 무타히다 민족운동(MQM, 19석)까지 연정에 합세하면 의석은 3분의 2가 넘는 183석에 달한다.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물론 지난해 11월 국가비상사태 선포 당시 취했던 조치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확보하는 셈이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을 지닌 ‘거국내각’이 출범한다 하더라도, 파키스탄이 직면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이 오로지 ‘반 무샤라프’ 목표로만 연결돼 있을 뿐 주요 정책에서의 공감대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는 무샤라프의 경제정책 실패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33개월래 최고치에 도달했고 곡물가격은 11월 이후 무려 20%나 올랐다.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섬유 제조업체들은 수개월 동안 계속된 전력과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경쟁자인 인도와 중국에 주문 물량을 크게 빼앗겼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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