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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서 '최첨단 람보'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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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서 '최첨단 람보'를 꿈꾸다

입력
2008.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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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서바이벌 게임장.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투원들. 그런데 한 병사의 움직임이 둔해 보이더니 급기야 10분도 못 버티고 전사(?)한다. 그러나 그는 팀원들에게 별로 미안한 기색 없이 희희낙락이다.

그로서는 이미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사격술이나 뛰어난 전략 인지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게 10kg을 훌쩍 넘는 총과 미국 용병들의 전투 복장을 그대로 자신의 몸에 옮겨 왔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M-16, M-4 등 M시리즈를 본뜬 소총을 주된 장비로 하는 서바이벌 게임. 기본 모델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지름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기본만 갖춘 국내 생산 소총 가격은 비싸도 20만원대.

하지만 각종 ‘드레스업(dress-up:치장)이 더해지면 수천만 원대로 껑충 뛰는 것이 바로 서바이벌 장비다. 여기에 군복, 권총, 보호 장비, 액세서리 등 부가장비까지 구비하려면 웬만한 중형차는 저리가라다.

군대 제대 후 10년 째 서바이벌 게임에 빠진 회사원 장일성씨(33ㆍ가명)는 장비에 투입한 금액만도 2,000여만 원에 이른다. 대학 시절 용돈을 아껴가며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한 그는 대기업에 입사한 후에도 장비를 구입하느라 쓴 카드 결제 대금으로 월급이 고스란히 빠져나갈 정도다.

일부 장비는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어 해외에 사는 지인을 통하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기혼인 그는 이참에 회사를 그만 두고 게임 장비 수입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장씨는 “사람들은 서바이벌 게임하면 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장비 그 자체가 서바이벌의 묘미”라며 “고민 끝에 아내와 상의해 취미를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장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서바이벌 마니아들은 게임보다는 장비에 더 각별하다.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 HWC 소속 김찬우 씨는 “게임에 이기는 것보다 잘 갖춘 장비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더 큰 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마니아들에게 더 정확하게 더 멀리 날리기 위한 튜닝은 기본이다. 10만 원대의 소염기부터 야간 전투에 필요한 60~70만 원대의 플래시라이트, 100만이 훌쩍 넘어가는 조준경 등을 갖춰야 어느 정도 구색이 맞는다.

또 내구성을 위해 플라스틱 본체를 알루미늄이나 아이언 소재로 바꾸고 그립, 탄창 등까지 모두 ‘드레스업’하면 1,000만 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잘 ‘드레스업’한 권총만도 보통 수백만 원대다.

소총 5,6개는 기본이고 많게는 10개 이상씩 소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마니아들은 말한다. 여기에 600 달러대의 헤드셋과 30만 원대 고글은 물론이고 최대 800달러 이르는 바디아머 등도 이들이 갖춰야 할 부가장비다.

마니아들이 특히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트렌드와 컨셉트.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용병(PMC-Private Military Contractor)들이 이들의 모델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들의 장비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용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서바이벌 장비 판매자는 “권총으로만 5,0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이 있을 정도”라면서 “현재의 트렌드와 자신들이 희망하는 컨셉트에 따라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어떻게 든 구해 장착하면서 자기만족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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