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를 지탱해온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외환위기이후 10년간 흑자기조를 이어온 무역수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원유가격 등의 악재를 만나 수개월째 적자로 돌아서면서 새 정부의 안정적인 경제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179억5,069만달러, 수입은 218억2,184만달러로 38억7,115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2월이 끝나려면 9일 정도가 남아있어 적자 규모가 변동될 수 있지만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별 기준으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가 2월까지 3개월 연속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해 11월까지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2월 8억6,563만달러 적자를 낸데 이어 올 1월엔 36억9963만달러로 적자폭이 4배 이상 커지는 등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에도 현재의 수출입추세라면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월별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1∼3월이 마지막이었다.
무협 고광석 전무는 “수출은 두자릿수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유를 비롯 원자재ㆍ곡물 등의 수입가격이 급등한 것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1월의 품목별 수입동향을 보면 원유 수입은 78.0%, 원유를 포함한 전체 원자재 수입은 43.5%, 곡물 수입은 32.0% 각각 늘어났다. 국제유가의 경우 이달 20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92.69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3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100.74달러로 각각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금, 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으며 콩, 밀 등 곡물 가격도 1년 전보다 80~95% 오르는 등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1998년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지면서 경상수지, 성장률, 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이 출발부터 심각한 암초에 부딪치고 있는 셈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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