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15명의 재산현황이 서민들의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이 평균 25억6,000만원, 금융자산은 11억3,000만원을 넘는다.
10억원 이하의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뿐이고, 11명이 25억원이 넘는 자산가다. 무엇보다 주거용 이외의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네 다섯 채의 집을 가진 사람에, 40여 곳에 부동산을 가진 후보자까지 있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취득과정에 불법ㆍ탈법 행위가 없었고, 착실하게 세금도 냈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인사 검증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런 인식이 바탕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서 직접적 불법ㆍ탈법 행위가 문제가 된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시장의 가수요를 보태어 거품에 가까운 가격 상승을 부르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잠정 차익을 확보한 일반적 투자행태 자체가 윤리적 비난의 표적이 돼왔다.
따라서 일반인의 눈에 과다하게 비치는 부동산 보유는 중소기업인이나 자영업자라면 몰라도, 장관이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결격 사유가 될 만하다.
이를 의식하지 못한 후보자 개개인의 무신경도 문제지만, 더욱 큰 걱정거리는 이명박 당선인과 측근들의 인식이다. 인선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았다는 능력의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혹시라도 재력의 동의어로 혼동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민의 윤리적 감각이 무디어졌다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의 윤리의식이 묽어졌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정된 대결구도에 따른 예외적 현상일 뿐이다.
능력과 윤리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많은 후보를 상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과는 전혀 여건이 다른 장관 인선이라면 한층 엄격한 윤리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고위 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어렵게 다듬어진 틀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집 많고 땅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의 장관이 되어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책은 순수성을 의심 받기 쉽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결국 정책의 효율성ㆍ실용성도 떨어지고 만다. 그것이 부동산 정책이라면 두말 할 것도 없다.
정치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당선인과 그 주변의 단견이 두드러진다. 통합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고리로 본격적 공세로 전환할 태세다. 정말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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