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잘 입어야 진짜 멋쟁이다. 캐주얼 점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절도와 품격, 세련미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정장의 매력. 하지만 정장으로 멋내기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흔히 유니폼이라는 것이 통제와 규격화의 열망을 담은 옷이듯, 직장인의 유니폼으로서의 정장은 멋과는 상관없는 ‘일복’에 머무르기 일쑤. 무미건조한 정장 차림에 신물이 났다면 이번 봄 ‘색과 S라인’에 도전해볼 일이다. 올해 남성복의 양대 화두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방법을 2명의 젊은 남성복 디자이너가 제안한다.
■ “칼라 그레이에 주목하라” / 장형태 엠비오 디자이너
디자이너 장형태씨는 “멋을 아는 남자라면 이번 봄 색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미니멀리즘이 풍미한 최근 2~3년간 검은색 정장이 기본 중의 기본으로 떠받들어졌지만 올해는 검은색보다 회색이 유행색으로 급부상했다.
회색이라면 ‘그래봤자 무채색 아닌가?’ 싶겠지만 천만에. 장씨는 “베이지 느낌이 살아있는 회색, 갈색이 도는 회색 등 칼라 그레이(colored gray), 즉 색상을 머금은 회색이 세련미의 대명사로 군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선한 느낌의 네이비도 올해의 유행색이다. 검은색이나 쥐색 정장에 비해 젊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다. 젊은층을 겨냥한 정장일수록 전통적인 줄무늬 대신 무늬가 없거나 불규칙하지만 매우 잔잔해 거의 무지처럼 느껴지는 멜란지 원단을 사용, 원단의 색감과 고급스러운 질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주력한다. ‘은갈치색’ 등으로 표현됐던 번들거리는 광택은 사뭇 차분해져서 원단 자체의 은은한 빛깔만 살짝 살리는 정도가 많다.
노랑색도 남녀를 불문하고 올 봄 주목해야 할 색상이다. 남성의 카디건이나 티셔츠, 중년층을 위해서는 넥타이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데 칼라 그레이에 액센트 역할을 톡톡히 한다.
■ “S라인, 이제는 대세다” / 한상혁 본 디자이너
한상혁씨는 “최근 3,4년간 정장 재킷의 길이가 대략 8cm 정도는 줄었다”고 말한다. 제냐, 아르마니 등 이탈리아 브랜드의 영향으로 엉덩이 선을 다 덮던 긴 남성재킷이 최근엔 상체 실루엣을 강조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재킷 길이는 짧아지고 대신 허리의 곡선은 살리는 식으로 몸에 꼭 맞게 입는 것이 일반화하는 추세다.
한씨는 올해 S라인을 살려주는데 꼭 필요한 아이템은 하늘색 옥스퍼드 셔츠와 네이비블루의 블레이저, 흰색이나 베이지색 린넨 바지 등이라고 추천한다. 젊은 프레피룩에 도시적인 이미지를 더한 앙상블이다. 무엇보다 셔츠와 블레이저의 경우 허리와 어깨, 암홀 등이 몸에 꼭 맞게 재단해 전체적으로 옷차림에 긴장감이 살아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100% 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원칙이던 드레스셔츠에도 몸에 꼭 맞지만 활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축성 스판덱스 소재를 첨가한 합섬이 쓰이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한씨는 “멋의 대전제는 몸에 착 들어맞으면서 몸매를 날렵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바지도 앞주름이 없는 일자형이되 폭은 다소 좁은 듯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전체 실루엣을 살리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 “타이는 좁히고, 단추는 숨겨라” / 장형태 엠비오 디자이너
몸을 날씬하게 표현해주는 재킷이 인기를 끌면서 V존 역시 좁고 길어지는 추세다. 당연히 라펠 폭도 좁아지고, 타이도 폭 2~3cm까지 극도로 좁아진 형태가 힘을 얻고 있다.
장형태씨는 “정장의 모든 디테일들이 날렵한 느낌을 강조하는 쪽으로 재해석되고 있다고 봐도 좋다”며 “대신 흰 셔츠의 단추만 검은색으로 달든가 아니면 아예 단추가 드러나지 않게 셔츠 앞섶을 이중으로 디자인하는 등 섬세한 부분에서 옷의 재미를 더하는 것이 정장 차림에 포인트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장에 캐주얼한 아이템을 믹스매치해 옷차림에 변화를 주는 것도 멋스럽다. 캐주얼한 니트 조끼나 카디건을 셔츠 위에 덧입고 재킷을 걸치는 식. 또는 정장 넥타이에 큐빅이 박힌 브로치를 달거나 회색 정장 바지에 갈색 벨트와 구두로 배색 효과를 내는 것도 옷차림에 신선한 방점 역할을 한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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