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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이명박 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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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이명박 대통령께

입력
2008.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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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 아니 몇 시간 뒤면 정식으로 취임을 하시니 약간 당겨서 대통령으로 부르겠습니다. 취임을 축하 드립니다. 그리고 훌륭한 정치로 약속하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루고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통령의 취임을 바라보는 저의 심정은 솔직히 양면적입니다. 그간의 행적과 선거공약들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국보위 위원 출신들을 연이어 인수위 위원장과 총리로 선택하는 등 당선 후 보여주신 여러 결정들은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섭니다.

■ ‘노명박 정부’ 되지 않게 해야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께서 계속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재벌만 살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사회적 약자들이 성장의 혜택을 받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점에서 희망을 가져 봅니다.

이와 관련, 외람되지만 대통령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유념해야 할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쓴 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1년 전 대통령을 포함해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인기가 높은 것과 관련해 바로 이 지면에 썼던 ‘거울 이미지’라는 글을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의원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 덕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과 박 의원은 노 대통령을 빼닮은 노 대통령의 ‘거울 이미지’이자 ‘한나라당의 노무현들’이다.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순교자주의를 닮았다면 이 전 시장은 노 대통령의 경박한 입을 빼어 닮았다.”

특히 이 글은 “결국 노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또 다른 노무현’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며 “이 전 시장과 박 의원의 인기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또 다른 노무현을 앞으로 5년간 최고지도자로 모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본다”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대통령께서 또 다른 노무현이 되는 것입니다. 당선 이후 두 달간의 행적과 관련해 벌써부터 시중에는 ‘노명박’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일년 전의 저의 우려가 벌써부터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증후입니다. 사실 대통령께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너무 닮은 점이 많으며, 잘못하실 경우 노무현의 비극을 반복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경박한 언행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노 대통령 역시 솔직한 언행으로 인기를 끌고 성공했지만 결국 그같은 언행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언행 못지않게 걱정인 것은 ‘성공신화’입니다.

특히 성공신화에 기초한 독선과 오만입니다. 노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대한 제도적 벽에 무모하게 도전해 왔고 거기에서 운이 좋게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탄핵까지도 이겨냈습니다. 이후 반대의견이 있어도 “나는 항상 옳았고 이겼다”는 성공신화로 스스로의 무덤을 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자수성가로 승승장구한 성공신화에 빠져서 반대의견이나 여론을 무시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다가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영어정책과 관련해 “비판이 있다고 주춤거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느니 “지지 못 받아도 시대를 앞 서가는 게 낫다”느니 하는 발언에서 불길한 노 대통령의 그림자를 읽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반대의견에 귀 기울이도록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는 기업이 아니고 대통령은 CEO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정치는 기업과 달리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며 단순히 이윤이 목표가 아닙니다. 항상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를 가지십시오. 오는 오년이 ‘이명박 정권 5년’이 될 것인지, 아니면 ‘노명박 정권 5년’이 될 것인지는 대통령에게 달려 있습니다. 건강을 빕니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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