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흔들리기 시작한 미국 경제가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 차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1월의 각종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달 22, 30일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각각 0.75%, 0.5% 포인트 내렸다.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소비자 지출과 기업의 생산성을 늘려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미 상무부가 20일 발표한 지난달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0.8% 증가한 101만 채를 기록,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진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주택 건설의 선행 지표인 1월 주택 착공 허가 건수도 3% 감소한 연율 108만 채에 그쳐 1991년 11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 최대의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인 MBIA가 이 달 중순 채권 보증 부문의 손실로 신용등급이 강등당하는 등 기업 부문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보다 0.1% 포인트 가량 낮은 1.3~2.0%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의 우려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예상치보다 0.1% 포인트 높은 0.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0.2%보다 두 배로 뛴 것이며, 2007년 1월 이후 4.3%나 급등한 수치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식품가격 상승은 중국발(發) 곡물가 상승이 원인이어서 미 당국으로서는 딱히 해결책이 없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기준으로 20일 101.74달러를 기록해 전날의 100.01 달러를 뛰어 넘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FOMC 의사록을 통해 최우선 과제인 경기 회복을 위해 향후에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이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면 인플레 저지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윌리엄 풀러 세인트 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이날 “다음번 FOMC의 주요 의제는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가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도전과 난관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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