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휘계에는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다. 이삼십대의 젊고 패기 넘치는 지휘자들이 노장들이 차지하고 있던 포디엄을 하나씩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첫 손에 꼽히는 젊은 스타는 LA 필의 차기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27)이다. 클래식 변방인 베네수엘라 출신인 두다멜은 2009년부터 에사 페카 살로넨의 뒤를 이어 LA 필의 음악감독이 된다.
빈민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 ‘시스티마’의 수혜자인 두다멜은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베토벤 교향곡을 녹음해 화제를 모았다.
2006년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아왔던 영국 지휘자 다니엘 하딩(33) 역시 세대 교체의 선두주자다. 19세에 버밍엄 심포니를, 21세에 베를린 필을 지휘한 하딩은 베를린 필 전ㆍ현직 음악감독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의 총애를 받고 있다. 런던 심포니의 수석 객원 지휘자인 그는 말러 체임버 뿐 아니라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러시아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36)는 지난해 가을 쿠르트 마주어(81)로부터 런던 필의 음악감독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휘자인 아버지(미하일 유로프스키)의 든든한 후원 속에 20대의 나이에 로열 오페라, 바스티유 오페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지휘했다.
29세에 런던 필이 상주 오케스트라로 활동하는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꿰찬 데 이어 런던 필 수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과거 지휘계에서도 세대 교체가 일어난 시기가 있었다. 푸르트벵글러와 토스카니니에서 카라얀과 번스타인으로, 그리고 다시 래틀과 샤이에게로 바통이 이어졌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재준씨는 “과거의 거장들이 늙거나 세상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공백을 메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음반계나 공연계가 젊은 스타를 부각시켜 상업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두다멜의 경우 포화에 이른 유럽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도이치그라모폰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배경을 떠나서 젊고 매력적인 마에스트로들은 노령의 거장과는 다른 신선함과 열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세대 교체의 현장을 목격할 기회가 국내 관객에게도 생겼다. 유로프스키가 지휘하는 런던 필이 다음달 내한공연을 한다. 3월 11일(세종문화회관)에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과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협연 리처드 용재 오닐)을 연주하고, 12일(세종문화회관)과 13일(예술의전당)에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백건우)를 들려준다. 비창>
런던 필은 60년대 프리처드에서 하이팅크로, 90년대 텐슈테트에서 뵐저 뫼스트로 음악감독의 나이를 급격히 낮춘 적이 있다. 지휘자 교체를 통해 악단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위기를 극복해왔다.
2001년 런던 필의 내한공연 때는 고령의 마주어가 첫 공연 후 쓰러지는 바람에 일본에 있던 게르기예프가 날아와 대타로 서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혈기왕성한 30대 마에스트로 유로프스키가 이끄는 런던 필이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공연 문의 1577-5266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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