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 무용론? 특검팀이 반드시 누군가가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까?"
21일 정오 서울 역삼동 정호영 '이명박 의혹' 특검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고 있던 최 철 특검보는 격앙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 무용론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이었다.
특검팀 수사결과를 두고 "특검 제도가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총론에서 검찰 수사결과를 재연한 듯한 수사결과를 접하다 보니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물론 특검 무용론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특검 제도 도입 이후 특검팀은 옷로비, 이용호, 대북송금 특검 등을 통해 검찰의 '보완재' 또는 '대체재'의 위상을 차지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04년과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과 '유전 특검'이 잇따라 물거품이 되면서 특검 무용론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명박 특검팀은 이 같은 논란에 다시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의 검찰은 과거와 다르다"며 "주변의 견제 강화, 검찰 자체적인 쇄신 등으로 검찰 수사가 투명해진 만큼 특검 제도의 필요성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특검팀의 미진한 수사가 특검 무용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곡동 땅과 다스 실소유주 부분과 관련해 특검팀은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 등의 진술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1995년 포스코개발의 도곡동 땅 매입을 "부적절한 고가 매입"으로 규정하고 임직원을 문책했던 감사원 관계자들은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명박 초선 의원이 도곡동 땅을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차명 은닉했다"고 규정했던 1993년 민자당 윤리위원회 관계자들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 당선인의 친형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매입자금 출처 등도 사실상 이씨 등이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에 대한 방문조사가 저녁식사를 포함한 3시간 동안의 형식적 조사로 끝나면서 특검팀은 '꼬리곰탕 특검'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한번의 사례만으로 특검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특검보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선 하루 전에 통과된 '정치적 특검법'에 의해 출범한 이번 특검팀을 과거 특검팀과 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많이 투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특검제를 없애도 될 정도는 아니다"며 "지나치게 정치적인 목적에서 특검팀이 꾸려지는 것만 지양된다면 특검제는 아직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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