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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리더 이명박' 속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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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리더 이명박' 속의 리더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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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월간지의 2월호 특집에 '멘토와 성공의 법칙'이라는 게 있었다.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이 전쟁에 나가면서 친구에게 아들(텔레마코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가 바로 멘토(Mentor)였다. 멘토라는 말은 그 이후 다른 사람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 인도자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요즘은 '경영의 조언자'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리더에게는 리더를 키우는 리더가 있다'는 제목 아래 이 잡지는 여러 사람에게 누가 그들의 멘토인가를 묻고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멘토일 수 있으며, 누군가의 리더나 멘토가 되려면 지금 나의 멘토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지식근로자들의 영원한 멘토'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의 경우, 겨우 3주 동안 일했던 신문사의 편집장이 멘토였다고 한다.

■ 벌써 피로 느낀다는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의 멘토는 송기인 신부로 알려져 있다. 취임 전부터 '양아치 같은' 걸음걸이와 말투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그는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고 질타하는 악역을 자처했다. 그러나 과거사 정리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는 등 현실 정치에 일정 부분 발을 담그는 바람에 멘토로서의 거리와 권위는 어쩔 수 없이 훼손됐다.

이명박 당선인의 멘토는 누구인가.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 도산 안창호, 마하트마 간디를 꼽은 바 있다. 그들의 특징은 務實力行(무실역행), 행동을 통한 사상 실천이다.

결국 실용과 같은 말이다. 현대의 인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 개인의 성장과 산업화 근대화 과정이 맞물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 중에는 누가 멘토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이는 박정희+정주영÷2가 이명박이라고 말한다. 다른 이는 이 당선인이 박정희의 판단력과 집념, 정주영의 뚝심에 이어령과 같은 감수성도 갖추었다고 평하고 있다.

적이 있다면 그 자신일 것이라는 게 그 사람의 소감이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한국일보 칼럼에서 이번 대선을 '이명박 대 이명박'이라고 지적한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도 그 점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런데, 내일모레가 취임식인데 벌써 '이명박 피로증'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를 개조하고 경제를 되살리고 공직과 나라의 틀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하는데, 왜 피로를 느낄까. 어떤 정부든 누구든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한국인의 피로증은 이미 고질이 돼 있는 것일까.

이런 감각과 정서를 변하는 시대에 대한 낙오현상이나 부적응증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원인을 면밀히 살펴 바로잡을 부분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 더욱이 짧은 기간에 인수위를 통해 드러난 여러 잘못은 이 당선인 자신의 특성과 문제에서 파생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박정희 정주영 등의 특징은 집념과 뚝심 부지런이다. 이 당선인은 한 술 더 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무모하게 밀어 붙이는 게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를 마치고 일단 결정하면 남들보다 실천이 빠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선의와 성실을 믿기만 기대해서는 안 되며, 준비와 사전검토 과정부터 국민과 동행해야 한다.

장관을 6개월, 1년 단위로 평가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도 기업의 CEO가 이사들을 다루듯 편하게, 또는 함부로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욱이 그는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 좀 특이한 재벌그룹 출신이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받아들여지는 게 달랐을 것이다. 억울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이 당선인의 약점이자 극복해야 할 일이다.

■ 실패 없게 멘토를 키워가길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그에게 실패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패해본 적이 없는데, 정작 대통령이 되어 실패한다면 개인에게는 물론 나라에 큰 불행이다. 이제 그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다. 리더의 멘토는 리더 자신 속의 다른 리더다. 살아 있는 멘토의 모델이 없다면 스스로 내부에서 멘토를 키워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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