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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방본부의 낯뜨거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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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방본부의 낯뜨거운 보고서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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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진압 잘했다’는 소방당국의 자화자찬 보고서 기사가 나간 20일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펄쩍 뛰었다.

재난본부는 시의회에 제출한 ‘화재조사 보고서’ 중 “적심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도 상당부분 남은 것은 화재진화가 잘 됐기 때문으로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자화자찬이 아니라는 요지였다.

소방당국은 이 보고서에 화재 당시 원활하지 못했던 문화재청과의 소통 문제 등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은 뺀 채 자신을 두둔하는 듯한 전문가들의 의견만 엄선해 담았다. 복잡한 처마와 지붕의 구조를 내보이며 불가항력적 화재였음을 웅변하는 대목과 “화기가 적심에 도달하면 거의 방법이 없다”는 전문가 의견에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진행중인 경찰 조사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후 관련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소방본부의 얘기는 달라졌다. 한 관계자는 “직접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게 아니라 신문과 방송에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선 후 “사실 여부는 기사를 쓴 기자에게 확인하라”고 말했다.

결국 소방당국이 보고서 작성에 기사를 인용해 놓고 마치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듣고 쓴 것처럼 소개했다는 얘기였다.

한 소방관은 “이런 보고서가 내부에서 생산됐다는 게 낯뜨겁다”고 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길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힘을 빼는 이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뜻이다. 소방본부는 자화자찬 평가보다는 잘못된 점부터 반성하고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보고서부터 만들어 놓아야 한다.

사회부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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