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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베크 자매 피아노 듀오 공연 리뷰/ 붉은 정열+푸른 편안함…네손이 빚은 환상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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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베크 자매 피아노 듀오 공연 리뷰/ 붉은 정열+푸른 편안함…네손이 빚은 환상 앙상블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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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서는 구분할 수 없는 꼭 닮은 외모의 두 사람이 맞닿아있는 피아노 두 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빚어낸 소리는 붉은 색과 푸른 색, 각기 다른 그들의 상의 빛깔처럼 대조적이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하나로 담아낸 피아노는 다채롭고 풍성한 울림을 만들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가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언니 카티아 라베크와 동생 마리엘 라베크로 이뤄진 라베크 자매는 1970년대부터 30여년간 활동해온 정상의 피아노 듀오다.

이들은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붉은 옷의 카티아가 화려하고 강렬한 연주로 음악을 이끌었고, 푸른 옷의 마리엘은 차분하게 조화를 이뤘다.

첫 곡인 드뷔시의 <백과 흑으로> 에서 마주 앉았던 이들은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환상곡 f단조> 를 연주할 때는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서정적 선율을 선사했다.

2부는 이들의 대표 레퍼토리인 라벨의 곡으로 꾸며졌다. “라벨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할 만큼 라벨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들이 선사한 <어미거위> 와 <스페인 랩소디> 는 공연의 백미였다. 관현악곡을 편곡한 <스페인 랩소디> 연주는 오케스트라 못지않게 무대를 가득 채웠다.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으로 시작해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중 ‘마리아’와 베리오의 <폴카> 등으로 꾸며진 앙코르 무대는 이들의 색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순서였다.

재즈 연주자들과 프로젝트 밴드 활동도 하고 있는 카티아는 재즈 피아니스트 미셸 카밀로의 <트로피컬잼> 을 통해 재즈에 대한 재능을 드러냈다. 연주 도중 객석을 향해 돌아앉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자유분방한 제스처로 관객의 웃음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언니가 발을 구르는 등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때 마리엘은 은근하게 뒤를 받쳤다. 5곡의 앙코르가 끝난 후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인사하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였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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