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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말하는 '바보' 가 세상에 말하는 '감동 메시지'

입력
2008.02.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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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바보'유쾌한' 차태현 눈물샘 자극, 동화같은 영상에 가슴 '뭉클'

영화 <바보> (감독 김정권ㆍ제작 와이어투와이어)는 동화 같다. 바보 승룡이(차태현)의 순수한 삶을 그린 동화다. 승룡이가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가 그를 그려내는 영상이 동화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가슴이 더 따뜻해지고, 한편으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인다.

승룡이는 10년째 한 여자 지호(하지원)만을 기다리는 ‘바보’다. 부모 없이 토스트를 만들어 겨우 팔면서 여동생(박하선)을 돌본다. 승룡의 옆에는 친구 상수(박희순)이 그를 묵묵히 돌본다. 승룡이가 여동생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정말 ‘바보’처럼 웃으면서 끝까지 동생을 사랑하는 모습은 바보가 아닌 관객의 사랑 없는 삶이 더욱 바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승룡이 차태현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검은 얼굴에 더러운 손, 후줄근한 바지에 지저분한 점퍼, 더듬거리는 말투까지 차태현은 완벽히 승룡이가 됐다. 원작 만화가 강풀이 차태현이 유쾌하고 건실한 이미지라 ‘바보역을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었지만 막상 승룡이로 변한 차태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원은 차태현의 연기 중심을 잘 잡아준다. 승룡의 변함없는 사랑인 지호의 부족할 것 없는 피아니스트의 이미지와 승룡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인간미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하지원은 “차태현이 연기하는 승룡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고 했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묵묵히 승룡을 빛나게 해 줬다.

승룡이 동생을 위해 마지막 결단을 하는 모습에서 결코 승룡은 바보가 아니었음을,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도를 닦듯 성인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닐까 싶은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이 말하는 바보와 정상인의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순수한 감동에 흠뻑 젖고 싶다면 괜찮은 영화다. 다만 만화를 벗어난 영화적인 긴장감이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다. 12세 관람가. 28일 개봉.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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