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외교경로로 우리 정부에 코소보 독립선언에 대해 각각 국가 승인과 승인 거부를 요청해 온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당장 결론을 짓지 않고 추후 상황을 보면서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코소보 독립승인 문제가 새 정부 실용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코소보 독립승인 문제는 강대국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국제적 사안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소보가 17일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는 코소보를 국가로 승인한 반면, 러시아 중국은 국가 승인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강대국 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도 주한 세르비아 대사관을 통해 코소보의 국가 승인을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소보 독립승인 문제에 대해 EU 회원국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일본 역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러시아의 요청이 있었지만 성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 정책의 축으로 삼고 있어 미국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만 한반도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 손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민족 국가인 러시아나 중국은 코소보의 독립으로 자국 내 소수 민족들의 분리ㆍ독립 움직임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등 EU 일부 국가는 그간 분리를 지지하면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개입을 표방해 왔고 이번에도 이 연장선에서 국가로 승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등의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 견제를 위한 나토의 동진정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르비아 자치주였던 코소보는 인구 210만명 중 90%에 달하는 알바니아계(이슬람)과 소수파인 세르비아계(그리스정교)의 인종ㆍ종교 갈등 때문에 1만여명의 희생되는 혹독한 내전을 치렀으며 1999년 나토군 개입에 따른 내전 종결 이후 1만6,000여명의 나토 평화유지군에 의해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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