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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헬기 추락 7명 사망 '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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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헬기 추락 7명 사망 '안타까운 사연'

입력
2008.02.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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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UH-1H 헬기 추락 사고로 산화한 7명의 장병들은 수해 등 각종 재난 때마다 앞장서 달려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구한 국민의 아들이자 딸이었다.

경북대 의대 졸업 후 2006년 4월 국군철정병원 마취과에 배치된 군의관 정재훈(33) 대위는 같은 해 강원 인제군이 집중호우 피해를 봤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대민 지원 활동을 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정 대위는 지난해 10월 결혼해 부인과 함께 제대(내년 4월) 후 생활을 한창 설계하던 중 변을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어머니는 "나라만 믿고 보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아들을 살려 내라"고 오열했다.

최고 육군항공 조종사 타이틀인 '표준교관 조종사'인 신기용(44) 준위는 2005년 치악산에서 조난사고를 당한 등산객을 구조해 군사령관 표창을 받았고, 인제 수해 당시에도 탁월한 인명 구조와 생필품 공수작전 등을 도맡아 처리했던 베테랑이었다. 성남에 계신 홀어머니 생각에 늘 가슴 아파했다는 신 준위는 며칠 남지 않았던 막내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보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최근 준위 시험을 통과한 부조종사 황갑주(35) 준위는 지난해 9월 남동생 부인이 지병으로 숨지자 돌을 앞둔 어린 조카를 데려와 친부모처럼 보살펴 온 집안의 '큰 형님'이었다. 황 준위의 매형은 "동생 자식도 거두는 천사표였다"며 "이제 집도 사고 자리 좀 잡는가 했더니 이 무슨 날벼락이냐"며 눈물을 훔쳤다.

2살 큰 딸과 6개월 된 둘째 딸을 둔 간호장교 선효선(28) 대위는 포병장교인 유영재(육사58기) 대위와 금슬 좋은 '부부 군인'으로 통했다. 유 대위는 애써 군인으로서의 의연함을 보이다 "10년, 20년 행복하게 잘 살려고 했는데 먼저 갔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헬기 승무원 최낙경(22ㆍ익산대 자동차학과 1년 휴학) 상병의 어머니 송영신(47)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통곡했다. 최 상병을 기억하는 동료들은 "연병장에서 날렵하게 공을 받아 넘기던 족구 솜씨가 일품이었다"며 사고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승무원 이세인(21ㆍ거제대 선박건조과 2년 휴학) 일병은 내무반과 집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활달한 성격의 신세대 군인이었다.

눈물바다로 변한 합동분향소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부여 잡은 이 일병 어머니는 "세인아, 엄마도 데려가라"며 울부짖다 실신했다. 지난해 국군철정병원 친절병사로 뽑히기도 한 의무병 김범진(22ㆍ대전보건대 응급구조학과 3년 휴학) 상병의 어머니 윤용순(52)씨도 "우리 아들 생일이 내일인데…"라며 가슴을 쥐어 뜯었고, 일흔을 훌쩍 넘긴 할머니는 손자의 시신 앞에 정신을 놓아 버렸다.

한편 육군은 이날 오후10시께 병원4층 강당에서 유족을 위한 사고설명회를 마련했지만, 유족들이 "사고경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 설명회가 40여분 만에 파행적으로 끝났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성남=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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