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이전 정부들에 비해 지지도가 낮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 직접 원인은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내는 아마추어적인 만용에 있지만, 문제의 근원은 그들의 희박한 국가관인 것 같다. 그들이 국가 주권과 국어와 국토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는 말이다.
■ 국가주권 국어 국토 인식 낮아
이 당선자는 법을 고쳐서 외국인도 장ㆍ차관으로 쓸 수 있다고 공언했다. 국적이 없는 사람을 국가 고위 공무원으로 쓰겠다는 발상은 놀라울 따름이다. 국가 경계가 희박해진다는 세계화론의 주장을 너무 신봉하는 것일까? 기업 총수라면 몰라도 '국가' 원수가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은 비밀을 잘 지키니' 국가 기밀 유지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내국인은 비밀을 잘 안 지킨다는 자기비하적인 편견을 깔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과 외국인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그의 국어에 대한 인식은 더 희박하다. 인수위는 영어 몰입교육을 밀어붙이더니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그들의 영어 강박은 계속된다. 그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모든 사람들이 생활영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구름 잡는 포부다.
그것은 첫째 불가능하고, 둘째 할 필요가 없고, 셋째 하려고 시도하면 부작용만 커지니 해서도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여러 비판을 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한다. 어쨌든 이런 일은 그들의 영어 콤플렉스와 희박한 국가관을 또다시 보여준다.
이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의 영어 강박은 일종의 열등감이고 사대주의의 표현이기다. 하지만 이 역시 근원에는 '한국됨'에 대한 애정 결핍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그들은 국어를 잘 못하고,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명박의 낮은 맞춤법 수준은 인터넷 사진으로 떠돌고 있다. 영어 몰입교육이 아니라 한글 몰입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의 영어 실력도 출중하지 않지만,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그와 이경숙씨가 영어를 공식석상에서 남발한다는 데 있다.
'비즈니스 '후'렌들리' '두잉 베스트' 등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를 공식석상에서 남발한다. 이경숙의 '오?怒? 사건은 언어에 대한 그의 무지를 잘 보여 주었다. '무식이 용감'이라는 명언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마땅히 나랏말인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고, 외국어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국가 주권과 정체성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또 국가 자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런 인식이 없는 것 같다. 우리말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고, 오히려 영어 지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이런 사대사상이 국어를 망치고 문화 식민지화를 앞당길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국가의 또 다른 주요 구성요소인 국토에 대한 그의 관념도 수상하다. 그는 국토를 개발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그것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 유산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반도 대운하 같은 것을 그렇게 고집할 수 있는 것이다.
■ 경제 살리기보다 그게 더 중요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는 그 나라의 주권과 언어와 국토에 대한 뚜렷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경제 살리기니 뭐니에 앞서 그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당선자는 여전히 대한민국이 무슨 다국적기업 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가 얕은 시장주의와 사대 사상을 극복하고 국가관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매우 어지러울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명박 당선인'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필자의 의사대로 '당선자'라고 썼습니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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