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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류마티스 환자 짐을 덜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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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류마티스 환자 짐을 덜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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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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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관절염 혹은 류마티스라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흐리고 추운 날 관절이 쑤시고 아프고 시린 신경통 같은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관절에 오는 병은 1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세분됐다. 그리고 그 치료도 어렵다. 류마티스는 노인에게만 오는 병이 아니라 모든 나이의 여성과 남성, 심지어 아주 어린 아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병이다.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은 나이 들면서 관절 연골이 낡아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 관절에 염증이 생겨 연골과 뼈를 파괴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젊은 여성에서 잘 나타나며 피부를 비롯한 전신에 이상이 오는 ‘루푸스’, 젊은 남성에게서 척추가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 등이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만성 질환인 류마티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이 말이 왠지 더 서글프게 가슴에 와 닿는다. 생활이 곤란한 환자를 수발하는 가족의 고통은 물론, 가중되는 치료비 부담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사연을 너무 많이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류마티스 질환은 전에는 불치병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는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하지만, 조기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상당부분 완치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로 고쳐지지 않는 중증 환자에게 신속하고도 강력한 약효를 나타내는 약이 많이 나왔다. 희망적이다.

문제는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현재 일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보험급여기간이 너무 짧고, 이마저도 기준이 까다로워 보험으로 적용 가능한 환자가 매우 제한돼 있다.

환자 치료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싶은 의사의 입장에서 약값이나 건강보험 등의 재정 문제는 풀기 힘든 고민거리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한정된 비용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보건당국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무턱대고 값비싼 특정질환 치료제의 보험급여를 모두 인정해주고 급여기간을 대폭 늘려달라거나 선별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값비싼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사들이 약값을 내리면 될 것 아닌가? 이 역시 단순한 사안은 아니다. 왜냐 하면 새로 개발된 효과적인 약 중 대표적인 생물학적 제제는 약물 특성상 대량생산이 어렵다.

또한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했고,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약사의 입장이다. 이러한 논리에 반박할 원가 분석 등의 자료는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합리적인 약값 인하 협상이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약효가 좋지만 가격이 비싼 일부 치료제의 비용 문제는 진퇴양난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환자와 가족이 떠안는 경제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져 간다는 것이다.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아예 치료를 포기해버리는 환자도 종종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또 그렇지않아도 부족한 진료시간을 보험 적용 여부 설명으로 낭비하게 돼 환자에게 늘 미안하고 답답한 심정이다.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면 관절 변형으로 평생 불구가 되는 류마티스 질환의 경우, 조기 진단해 치료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환자가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눈 앞의 비용을 따지기보다 환자가 꾸준히 치료 받고 질환을 관리해 사회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의사로서 그리고 신약을 연구평가하고 제한된 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약물 효과와 비용, 사회간접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류마티스 질환을 초기부터 적극 치료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우선순위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약물의 경제성 연구 등 우리 고유의 임상연구를 시행해 객관적 자료결과를 얻고 이를 통해 따져보고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제약사들 역시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약값을 낮추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요구된다.

장기적으로 국내 신약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하여 효과 좋은 약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에 쓸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공적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보건당국의 똑소리나는 방안을 기대해본다.

배상철ㆍ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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