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19일 저녁 은행에서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을 판매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를 결정한 이후 보험권의 환호와 은행권 탄식이 교차했다. 마치 한쪽은 경제정의를 회복한 것처럼 의기양양하고, 다른 쪽은 경제정의가 훼손됐다며 울분을 토하는 듯하다.
그간의 치열한 공방에서 양측 모두 소비자의 편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본질이 밥그릇 싸움이었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는 터.
굳이 패자(은행)의 편에 서서 대변하거나 위로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은행과 보험은 제쳐 두고서라도, 엄중한 심판을 해야할 정치권의 안중에도 소비자의 편익은 없었다는 점이다.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은행의‘끼워팔기’나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이 컸는지, 이를 보완할 대책은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 방카슈랑스시행으로 소비자 편익이 얼마나 증대했고 4단계 시행의 효과가 무엇인지 제대로 분석했다 는얘기도 들어 본적이 없다.
오직 정치권의 관심은 30만명 보험설계사들의 표.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철회 입장을 펴면서 어느 쪽도 표심을 잡는데는 실패했지만, 자칫 은행권의 손을 들어줬다가 총선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테다.
이제 방카슈랑스는‘반쪽’제도가 됐다. 아예 방카슈랑스를 없앤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 개방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이런 상황을 자초한 정치권이나 정부는 정작 해명 한 마디 없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사소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미안하고 죄스러운게 인지상정인 법. 대국민 약속을 이미 한차례 연기한 것도 모자라 아예 철회까지 하면서도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다. 중요한 경제 정책이 선거에 목을 맨 정치권에 처참히 유린되는 사례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가.
이영태 경제산업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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