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사상 최초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일주일새 10달러나 폭등한 것이다.
유가 급등의 충격으로 미국 뉴욕 증시가 장막 판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급락하는 등 ‘유가 100달러 쇼크’가 전세계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20일 국내 코스피지수는 32.61포인트나 빠졌다. 고유가에 따른 국제 원유 수입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무역수지 적자행진이 올해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새 정부의 경제운용과 경상수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15일 종가보다 4.51달러(4.7%) 급등한 배럴당 100.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월 2일과 3일 장중 100달러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종가로 100달러를 넘기는 처음이다. 이날 장 중 WTI 가격은 100.10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1.05달러나 오른 91.61달러에 거래를 마쳐 1월 4일 사상 최고치 기록(배럴당 92.29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유가 급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달 5일 열리는 총회에서 감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석유시장 자체의 수급요인보다는 석유 투기자금과 환율 등 금융 요인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미국의 석유재고가 회복 중이고 OPEC의 생산량도 크게 느는 등 수급 상황으로는 이렇게까지 급등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기자금의 유입이 유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가 뿐 아니라 금 백금 석탄 등 원자재가격이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국제 투기자금의 활동 보폭을 넓혀주고 있다.
전세계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석유 등 실물상품 시장에 엄청나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의 안정을 점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3월 초 OPEC 총회에서 현재의 공급규모를 유지할 경우 2분기에는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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