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에 이뤄지는 상거래에서 한쪽 당사자가 계약금이나 중도금 납부 약속을 수 차례 어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십중팔구는 계약이 깨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가 그동안 벌였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센테니얼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일 KBO 이사회에서 제8구단 창단 승인을 받았다.
KBO는 센테니얼이 메인 스폰서 계약과는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있다고 ‘변호’했지만 야구계는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그 실체가 베일에 쌓여 있는 센테니얼이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는 안전장치 마련은 소홀히 한 채 센테니얼에 온갖 특혜를 부여하며 프로야구 회원으로 받아 들였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19일 이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정적’, ‘신뢰’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센테니얼이 ‘식언(食言)’을 거듭한 끝에 가입금(120억원)을 5회 분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부정적으로만 보려면 한 없이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센테니얼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하 총장은 어떤 공식적인 서류를 통해 센테니얼의 재정상황을 검증했는지는 끝내 확인을 거부한 채 “협상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그 쪽을 다 알아봤다. 믿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 총장은 지난달 30일 센테니얼과의 창단 조인식에서는 “이장석 대표 집안이 참 좋다”는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19일 이사회에 참석한 한 구단 사장은 “솔직히 서류 등을 통해 센테니얼의 운영 능력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일성 총장으로부터 돈이 많다는 설명만 들었다. KBO에서 자신 있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느냐”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어 “다른 현실적인 방안이 없고 8개 구단으로 가야 한다는 대전제 때문에 센테니얼에 많은 특혜를 준 거는 사실이다. 현대를 인수하지 않고 재창단하는 것도 편법이다. 의무는 지키지 않고 권리만 행사하는 것이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O와 센테니얼의 ‘불안한 동거’가 파경으로 치닫지 않고 아무쪼록 8구단 체제가 순조롭게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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