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사진) 전북대병원장은 19일 재벌계열 병원의 물량 공세로 환자와 우수 의료인력의 서울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방 국립대 병원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돈많은 환자, 우수한 의료인력일수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이런 현상이 방치돼 국립대 병원마저 대형화, 고급화 경쟁에 뛰어들 경우 국립대 병원의 공공성 저하와 그로 인한 지역 의원의 연쇄적인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_'서울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인가.
“모든 진료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다. 특히 암환자와 심장질환자 등 과거부터 쏠림 현상이 있던 중증환자의 서울 이동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전북지역 암환자 대부분이 우리 병원을 찾았지만, 이제는 10명 중 3명은 서울로 가고 있다.”
_의료 인력의 쏠림은 어느 정도인가.
“1~2년 전부터 심화하고 있다. 전북대 의대의 경우 정원이 120명인데 매년 상위권 우수 학생이 서울 종합병원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환자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자녀들이 서울에서 자리잡은 환자일수록 서울로 올라간다.”
_지방 국립대 병원의 서울 '빅4' 대비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의료 경쟁력은 훌륭한 장비와 능력 있는 의사가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 대형 병원이 지방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은 맞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서울을 100이라고 할 때 지방은 90~95수준이다. 그런데 환자들은 지방의 수준을 60내외로 본다. 객관적 수준보다 저평가되는 게 쏠림 현상의 이유다.”
_그렇다면 지방에서 치료받는 게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나.
“경제적으로 보면 대부분 환자의 경우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낭비다. 지방에서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데 체재비와 비급여 항목까지 고려하면 30~40%나 높은 비용을 감수하는 게 현실이다. 암환자의 경우 전북대병원이나 서울의 큰 병원이나 치료율은 비슷하다고 자신한다.”
_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어떤 사태가 예견되나.
“지방 대학병원은 암환자 등 중증환자 위주로 치료해야 하는데, 중증환자가 서울로 올라가면 그렇지 않은(경증 환자) 환자를 봐야 한다. 즉 동네 의원에서도 충분히 진료할 환자를 종합병원이 맡는다는 얘긴데, 결국 각 지역 소형 병의원의 연쇄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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