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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통신료 인하와 메뚜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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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통신료 인하와 메뚜기족

입력
2008.02.2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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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장식품이나 오락기구로 여기는 이도 있다지만, 대다수 직장인에겐 이름 그대로 ‘전화’에 불과할 것이다. 실제 주변에서 수백 가지 부가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기자가 쓸 줄 아는 휴대폰 부가기능은 ‘문자 날리기’가 고작이다. 그런데도 최근 1년6개월 새 멀쩡한 휴대폰을 두 번이나 바꿨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동통신업체의 ‘공짜’ 유혹에 넘어갔을 뿐, 신형 휴대폰을 갖고 싶어 기를 쓰지는 않았다. 1년이 멀다 하고 첨단 휴대폰으로 바꿔대는 ‘메뚜기족’ 대열에 합류한 경위는 이렇다.

2006년 9월 한 이동통신업체 직원이 찾아와 번호이동을 하면 공짜폰을 주겠다고 했다. 만 4년째 사용 중이던 휴대폰도 통화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당시 40만원 가량 하는 휴대폰을 거저 주겠다는 제의에 귀가 솔깃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 5분 정도의 수고 끝에 신형 휴대폰이 주어졌다. 1년 남짓 흐른 지난해 10월, 또 다른 업체 직원이 찾아와 영상통화가 가능한 고급 휴대폰을 줄 테니 번호를 바꾸라고 제의했다. 시가 70만원 짜리 공짜폰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았다. 통신료가 월 2만원 안팎에 불과하니, 내 합법 보조금은 기껏해야 6만~7만원에 불과할 터. 업체 입장에선 밑져도 한참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왜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가 4,320만명에 달해 가히 포화상태에 이른 탓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가입자를 붙잡아두기 위해 작년 1~3분기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3조9,090억원. 연간으로 치면 5조원이 넘는다. 국민 1인당 10만원 꼴이다. 이 중 불법 보조금이 절반을 넘는다는 게 통신업계의 자체 분석이다. 전체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의 23.9%에서 29.7%로 치솟았다.

그나마 3월 26일부터는 이통사들이 마음대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불법 보조금 지원을 막기 위해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 보조금 규제법이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물론 명분은 있다. 업체 간 경쟁 활성화를 통해 품질 향상과 통신료 인하 등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용자 입장에서 나쁠 게 없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첨단 선호병’을 생각하면 그 후유증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보조금 허용은 잦은 단말기 교체에 따른 과소비를 유발해 국가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게 뻔하다. 실제 국내에서 거래되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은 외국보다 평균 50~60% 비싼데도, 교체주기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2007년 한해에만 2,200만대의 중고폰 및 폐기폰이 발생했다. 로열티 및 부품수입에 따른 외화 유출,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보조금을 허용한다고 해서 정부가 장담하는 통신료 인하 효과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비가 치솟아 요금 인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보조금이 완전 금지됐던 2006년 3월 이전에 26개월 수준이던 휴대폰 교체주기가 그 이후 일부 보조금이 허용되면서 18개월로 대폭 단축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보조금이 허용되면 기자처럼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메뚜기족’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반면, 노인이나 주부, 장년층 등 검약이 몸에 밴 이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마케팅 경쟁을 부추기는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기본료와 가입비 등 근본적인 통신료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고재학 경제산업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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