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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이용대의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19>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보세요…'건강 노년' 행복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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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이용대의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19>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보세요…'건강 노년' 행복한 선물

입력
2008.02.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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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여가는 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한국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5세정도다. 이후 직장을 잃고 나머지 인생을 백수로 살아간다. 조기퇴직이 급증한 반면 수명은 길어졌다. 평균수명을 80세정도로 잡는다면 퇴직 후 노후기간이 25년이나 남아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25년의 거취가 큰 고민거리로 등장 할 수밖에 없다.

내 주변에는 퇴직후 여생을 무엇을 하면서 소일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예전처럼 복덕방에서 노인들이 소일하던 시대는 사라졌다. 복덕방에 그들이 설자리는 없어졌다. 간혹 증권회사의 객장에 앉아 증시현황 모니터나 보면서 용돈을 축내거나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세월을 까먹는 노인층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 비해 젊어서부터 등산을 해온 사람들은 퇴직 후에도 바쁜 노년을 즐기며 청년처럼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등산관련 각종 전시회나 행사 월례집회 등을 두루 참관하거나 동료들끼리 능력에 맞는 국내산이나 해외 트레킹 대상지를 골라 산행을 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로 흐뭇하고 분주한 인생을 살아간다.

이탈리아 알피니즘의 산증인이자 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 알피니즘을 주도해온 리카르도 카신은 “등반을 끔찍이 즐긴다면 50, 60, 80세가 되어서도 등반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79세가 되던 해에 초등 50주년 기념등반에서 20대에 등반했던 피츠 바딜레 동벽을 10시간 만에 올라 노병의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다음 날 그는 다시 한 번 이 루트를 등반하여 노익장을 과시했다. 놀랄만한 건강과 등반 지속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극히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늙어서도 일을 많이 하고 술을 적게 마시며 과식하지 않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98세인 그는 지금도 여전히 등반을 즐기고 있다.

고령자 등반기록은 서양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 사람들도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금년 초 일본의 이시카와 도미야스(71세)라는 노 산악인이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에 오름으로서 세계 7대륙 최고봉 모두를 완등하는 세계 최고령 등정기록을 세웠다.

우리도 이런 기록에 도전할 날이 멀지 않았다. 얼마 전 평균연령 60대 산꾼 몇 명이 의기투합하여 1년간 목표를 세워서 훈련을 하고 젊은이들이나 탐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최장의 설악산 토왕성 폭포의 얼음기둥 300m를 올라 젊은 산꾼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못 말리는 열성파 노병 팀의 최고령자는 칠순에 가까운 67세의 구신회를 비롯, 이완석(63세). 조대행(62세). 유동진(61세). 서석환(60세) 등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이 62.6세이고 보니 과연 완등이 가능할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했다. 이들 등반의 도우미 역할을 한 한 젊은 등산학교 강사는 이들이 조금도 머뭇거림없이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해내면서 서슴없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타도 토왕’을 목표로 설정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오투 월드” 실내 인공빙벽에서 매 주말 훈련을 해왔다. 트레이닝 방법도 점차 강도를 높여 쉬지않고 20m 빙벽 5회 연속 오르기와 10회 오르기를 병행하면서 기량과 체력을 키워왔다.

이들 중 유동진과 서석환은 새로운 등반기술을 체득하기위해 보수교육을 자원하면서 아들 또래의 새까만 후배 교육생들과 함께 등산학교 빙벽과정에 등록하여 신기술을 연마하기도 했다. 이 두 사람이 교육기간 중에 보여준 열의는 젊은 수강생들조차 뒤따라 오지 못할 정도였다. 성현의 말씀 중에 “모르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배워야 한다”라는 경구를 몸소 실천한 사람들이다.

“늙도록 산에 다니면 노후 건강보험을 드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하는 노 등산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노년의 잦은 질병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보약에 용돈을 축내기보다는 한걸음에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보자.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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