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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MB식 복선과 경기부양 유혹

입력
2008.02.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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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박’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취임도 하지 않은 새 대통령이 물러나는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에서다. 다변에 직설적인 화법이 그러하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스타일이 같다는 것이다. 한국정치학회는 설화(舌禍)가 잦다는 점을 들어 이 용어를 공식 거론하기까지 했다. 당선 60일도 안돼 나온 말이다.

■ 해석 어려운 여러 메시지

이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워크숍’에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수석도 내각도 6개월이건 1년이건 평가한다” “수석들은 퇴근 후 술 마실 일 없을 것이다” 등은 업무와 관련된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열심히 뭔가 적고 있는데 잘 보면 여자 얼굴 그리더라”, “빽을 써서 온 사람들이 사고 치더라” 등은 많이 들어온 투의 말이다. 대변인이 “7장이나 돼서 메일로 보내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할 정도로 단 이틀의 워크숍 발언내용은 방대했다.

당선인의 말은 직접적이지만 분명한 복선을 깔고 있다. “(오래 보아온) 강만수 원장(장관 내정자)보다 두 세 번밖에 안 본 김중수 수석 내정자가 나를 더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분분한 해석 중에도 경제팀 간 견제와 균형을 얘기하고자 했다는 분석에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얘기하면서 논란 중인 사안에 의지를 얹는 방식도 복선화법 중 하나다. “미래지향적 정책에 비판 받을 때가 있다. 주춤하면 안 된다. 대운하는 지구온난화 대비 차원이다. 아는 사람이 국무총리로 왔다”, 한반도 대운하를 지구온난화 대비 목적으로까지 확대하면서 “논란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식이다. 영어 공부 논란도 그렇게 ‘비판 무서워 주춤해서는 안 되는 일’로 굳혀버렸다.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말에서는 여러 가지를 읽어야 할 것 같다. “경제도 살려야 하지만 내수도 살려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살아난다. 소외된 약자들이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그 쪽으로 삼아야 한다.” 이 말에 대해서는 우선 ‘뜬금 없다’는 반응들이다. 경제와 내수 살리기가 어찌 구분되며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하는 걱정도 깔려 있다.

이어지는 말은 이 같은 걱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서민층이 혜택을 못 받는 것은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국가 간 세금 장벽까지 없애자는 개방상황에서 우리경제가 ‘수출 의존적이어서 문제’라는 말이다. 외환위기 이전 분들과 경제 살리기, 국가경쟁력을 논의하다 보니 과거로 돌아간 것은 아닐진대 딱히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게 됐다.

사실 새 정부 경제브레인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그 중심에는 너무 옛날 인사들이 핵심브레인이라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10여년 전 차관과 20여년 전 경제수석, 장관이었던 분이 그 동안의 환경변화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들이 장ㆍ차관일 때 갓 임용된 사무관 과장이 지금은 핵심 1급이고 차관이다. 전문가들은 또 환란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인 사상 최대 외채기록(96년 237억 달러)과 8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의 땅값 상승률기록(89년 전년비 31.97%)에 이들을 떠올리고 있다.

■ 경제 살리기 의지 표명이길

내수 살리기라는 말에 대한 속 깊은 불안감은 섣부른 경기부양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노태우 정부 집권 직후 경기부양의 결과가 부동산 광풍을 몰고 온 점과 김영삼 정부 초기의 ‘신경제 100일 작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경기부양에 대한 유혹은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현금까지 나눠줄 정도의 미국 발 세계 경기불안이 가장 큰 명분이다.

7% 성장을 축으로 입안한 ‘747공약’의 성과를 보고자 하는 새 정부의 조바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경제 살리기ㆍ내수 살리기 발언의 복선은 ‘윗목까지 온기를 느끼도록 하자’는 정도의 의지 표명이기를 바랄 뿐이다.

*20일자부터 편집국의 이종재 국차장과 이영성 부국장이 '메아리'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수ㆍ토요일 실리는 '메아리'는 이들 2명과, 기존 필진 정병진 이계성 황영식 이광일 이대현 논설위원등 모두 7명이 집필합니다.

이종재 편집국 국차장 jchong7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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