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운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성장률, 물가, 경상수지(무역수지) 등이다.이를 세마리 토끼라고 한다. 최근 우리경제를 보면 우리 안에서 얌전히 관리되어야 할 토끼들이 뛰쳐나갈 태세를 보이고 있어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운용에 적지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가 급등하고 있고, 무역적자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새 정부 1기 경제팀이 출범전부터 악재를 만난 셈이다.
물가
위험스럽게 보이던 국제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국내 물가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2% 중반에서 관리되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0%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1월 3.5%, 12월 3.6%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 대비 3.9% 급등해 4% 진입을 눈 앞에 뒀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를 2개월 째 넘어선 것. 19일 발표된 수입물가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2%나 급등했다. 9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뛰어오르는 물가를 놓고도 대응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고유가 등 대외변수의 영향이 커 국내적으로 강구할 수단이 많지 않고, 핵심적인 금리 인상도 여의치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오히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하로 인하 정책금리 격차 확대,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처지다.
무역수지
19일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동향 최종 확정치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3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57개월의 흑자 행진을 끝내면서 두 달 연속 적자를 이어간 셈. 적자 폭도 지난해 12월 8억6,600만달러에서 급격히 커졌다. 수출입국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324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무려 31.1% 증가한 361억달러에 달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원유 수입증가가 주범이었고, 곡물 수입도 32%나 급증해 우려를 낳았다.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사태 확산으로 전세계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수지마저 약세기조가 이어진다면 새 정부의 경제운용 전반에 큰 어려움이 우려된다.
성장률
신중한 편에 속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경제성장률 전망이 아래 쪽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 내부에서보다 외부에서 더 잘 감지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잇따라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1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4.3%로 낮췄다. 지난해 말 4.7%에서 한 차례 하향 조정한 지 두 달도 안됐다. 리먼브러더스는 “선진국의 경기 둔화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과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증시의 부진으로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HSBC(4.5%→4.2%), 씨티그룹(5.2%→4.6%), UBS(4.1%→3.6%) 등 다른 IB들도 앞서 하향 행렬에 나선 바 있다. 역시 근거는 비슷하다. 미국을 필두로 경기 둔화가 확인되어 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세 가지 악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더 악화하고 있다”며 “우선 순위를 정해 해결해 나가는 게 좋은데, 경기 위축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내수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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