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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보폭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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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보폭을 넓힌다

입력
2008.02.2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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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시립미술관 로비로 훤칠한 키의 중년 여인이 밝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 관람을 위해 신입사원 50여명을 이끌고 나타난 최은영(45) 한진해운 회장이다.

2006년 11월 남편(고 조수호 회장)이 작고한 뒤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던 최 회장이 최근 바깥 나들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2007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부회장을 맡았고, 작년 말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그 때까지도 ‘은둔의 여인’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올 들어 언론 인터뷰에 시원시원하게 응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간 워낙 경황이 없었습니다.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살도 많이 빠졌고요. 그래서 사진을 찍기조차 부담스러웠어요.” 최 회장은 “얼굴 살이 아직도 빠져 있다”고 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5개월 여, 이제 마음의 여유를 다소 찾은 듯하다. 해운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도 어느 정도 익혔고, 남편의 유지(遺志)에 따라 설립한 공익재단(양현재단)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회사 임직원들과는 이제 한 식구처럼 가까워졌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고흐전을 관람하면서도 신입사원들과 짬짬이 즐거운 얘기꽃을 피웠다. 사진기자가 관람 도중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자 “저 원래 이렇게 사진 많이 찍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오해 말아요”라고 농담을 건넸고, 한 임원에겐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이리스> 를 가리키며 “이 그림 보신 적 있으세요?”라며 밝게 질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요즘 회사 임원들과 해운 경영 전반에 대해 논의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그가 가장 신뢰한다는 박정원 사장과 임원들도 이날 최 회장을 수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박 사장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워낙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는데다, 고 조 회장이 타계하기 전에도 한진해운을 잘 이끌어왔기 때문에 최 회장의 신임이 매우 두텁다”고 귀띔했다. 실제 최 회장은 고흐전을 관람하면서 ‘CEO’라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저는 CEO가 아니에요. 박 사장님이 다 알아서 하십니다”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최 회장이 CEO가 아님을 애써 강조하지만, 사실 ‘천부적인 CEO’로서의 예비자격을 갖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최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로, 어머니(신정숙 여사)가 신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경영자 집안에서 자란 만큼, 그 ‘동물적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왕족들이 주로 다니는 도쿄 성심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그의 두 딸은 일본 와세다대학을 다닌다. 딸들이 원한다면 회사로 불러 경영수업을 받게 할 작정이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작업도 조용히 진행 중이다. 남편에게서 상속 받은 지분과 앙현재단 출연 지분을 통해 작년 초 최대주주(9.15%)로 부상한 데이 이어, 이달 15일에는 두 딸과 함께 대한항공 지분을 판 돈으로 한진해운 주식 17만1,600주를 사들였다.

최 회장 측 지분은 한진해운 자사주 등을 포함할 경우 14.29%로, 그의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9.95%)보다 많다. 신입사원들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최 회장의 힘찬 발걸음에서 CEO로서의 아우라가 강하게 느껴졌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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