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경제는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한국경제학회 등 45개 경제관련 학회가 공동주최하는 ‘2008 경제학 공동국제학술대회’가 이명박 정부의 1기 경제팀이 발표된 직후인 19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렸다.
수백명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친기업적 정부의 등장과 맞물려 규제 철폐와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한 기업 활력회복,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논문들이 많았다.
반면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경영투명성을 강화해야 하며, 새 정부가 성장에 치우친 경제정책을 펼칠 경우의 소득분배의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논문들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뜨거운 쟁점인 재벌정책을 둘러싸고 상이한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친기업적인 시각을 대변해온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선진경제 도약을 위한 제언으로 “기업규제가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로 포장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고, 경제의 하강을 가져온다”며 과감한 규제철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없애야 하며, 지주회사제도 정부가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좌원장은 이어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데도 정부가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을 우대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고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고용이 늘어난다는 잘못된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하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던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와 이재형 서울대 BK21사업단 부교수 등은 “재벌의 경우 경영투명성 제고가 기업가치와 경영성과를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어 “회계ㆍ경영 정보를 외부 투자자와 시장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투명성을 갖춘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와 성과를 향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의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란이후 소득분배의 악화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와 성장 둔화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진일 국민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분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의 악화는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큰 임금소득자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에 따른 총수요의 위축으로 경제의 침체와 성장의 둔화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양극화로 유발된 소비의 감소가 저축의 증가로 상쇄되지 못하면서 경제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소득 상위 20%를 제외하고 모든 계층의 저축률이 상당히 감소하고 하위 20% 소득 계층의 저축률은 심지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가 경제성장의 전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양극화는 감수해야 한다는 시장주의적 시각을 비판한 것이다.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새정부가 추진해야 할 대외경제정책’ 논문에서 “한국은 현재 선진화냐, 몰락하는 중진국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우리 경제가 서서히 활력을 잃어갔고 사회는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노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아무리 변화를 꾀해도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력현상(履歷現象ㆍHysterisis)’에 빠져 있는 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향후 5년간은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선진적 제도와 관행을 체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화의 격랑 속에서 시장개방 압력에 끌려 다니기 보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으로 세계무역질서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KIET) 김도훈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한국의 FTA체결 대상국 선정에서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 등 산업발전전략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콩, 중국, 멕시코 순으로 FTA를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2개국(아세안을 1개국으로 가정) 중 7위였으며, EU(유럽연합) 6위, 일본 12위, 캐나다 9위, 인도 11위 등이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은행 소유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은행의 사금고화와 시스템 위험의 증가를 막고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비금융기업의 은행지배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목적으로 볼 때 연기금 등은 문제점이 없는 투자자”라고 설명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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