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땐 민형사 조치
“퇴근길 집 앞에서 불쑥 재판 당사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심지어 애들이 다니는 학교를 거론하기도 합니다. 직무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이런 협박을 받게 되면 판사들이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반인들이 판사를 상대로 한 항의가 도를 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자 법원행정처가 ‘법관 및 법원 공무원의 신변 및 신상정보 보호를 위한 대법원 내규’를 신설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런 종류의 사법질서 문란 행위에 적극 대처하고 필요할 경우 민ㆍ형사상 대응도 한다는 방침이다.
법원행정처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패소한 재판 당사자들이 판사 집으로 찾아와 협박을 하거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또는 가족을 지목하며 협박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판사실로 협박 전화를 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하는 1인 시위 또는 인터넷 유포도 이뤄지고 있다. 한 판사는 “지난해 ‘석궁테러’로 인해 법관들을 상대로 한 신변 위협 사례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법관, 법원 공무원의 자택 주소, 가족사항 등 신상명세가 인터넷 등에 유출된 경우 법원 차원에서 포털사이트 등에 삭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필요할 경우 협박 당사자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소송, 고소ㆍ고발 및 수사의뢰 등 각종 민ㆍ형사상 조치도 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금까지법관들이 자신과 관련된 소송을 내는 것은 금기시 돼 왔다”며 “그러나 판결에 대한 항의로 법관이 신변 위협까지 받을 경우 방관할 수 없어 법원 조직 차원에서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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