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복귀다. 1998년 DJ정부 출범과 함께 ‘환란주역’의 오명을 쓰고 관가를 떠난 지 정확하게 10년 만이다. 더구나 경제수장으로 돌아오게 됐으니 이보다 더한 금의환향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정부조직개편시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내정된 강만수(사진)씨 얘기다.
강 내정자는 현역 관료시절 늘 ‘최고’였다. 승진도 동기들보다 항상 빨랐고, 구 재무부의 양대 축인 금융과 세제를 모두 섭렵했다. 금융사령탑인 이재국장과 세제총괄책임자인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한 보기 드문 재무관료다. 한 고위경제관료는 “강 내정자만큼 똑똑하고 논리 정연한 공무원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운은 의외로 단명했다. 환란책임을 지고 재경원 차관에서 물러난 그는 두 차례나 총선(고향 경남 합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예 공천도 받아내지 못했다. 기나긴 야인생활을 거쳐야 했다.
10년만에 돌아온 강 내정자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경제활성화에 대해선 확실히 희망적 시각이 많다. 원래부터 그는 감세론자이고, 작은정부 지향론자란 평가를 받는다. 강 장관 내정자도 이날 내정발표 후 “규제개혁, 법인세 완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추진력도 실릴 것이다.
문제는 ‘10년의 공백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그가 관직에서 떠나있던 지난 10년은 우리사회의 최대 격변기였다. 한 경제관료는 “엄밀히 말해 강 내정자는 IMF시대 이전 인물”이라며 “과연 그 동안의 변화상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만약 아직도 IMF이전 시대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면, 그 패러다임으로 경제정책을 꾸려간다면 MB노믹스는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다.
강 내정자의 스타일도 논란거리다. 그가 ‘지장(智將)’임엔 틀림없지만, 결코 ‘덕장(德將)’은 아니다. 남의 말을 듣기 보다는 남을 가르치는 편. 소신이 너무 강하고 고집이 너무 세, 종종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과거 실무관료시절엔 소신을 굽히지 않아 상급자들과 갈등을 빚은 예도 많다.
이 같은 성향은 경제수장의 리더십이 될 수도 있지만, 경제팀을 이끄는 인화력에선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도의 조정력이 요구되는 경제팀장이 청와대 수석들과, 혹은 다른 경제장관들과 마찰을 일으킨다면 경제팀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경제살리기에 대한 주어진 과제와 사명이 있는 만큼 강 내정자가 독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쨌든 팀웍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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