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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값 오르는 돌덩어리 '철광석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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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값 오르는 돌덩어리 '철광석 줄다리기'

입력
200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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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차 완공을 목표로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 김태영 사장. 그런데 요즘 그의 고민은 제철소 완공이 아니다.

제철소 건설이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으니 안심인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철광석 값이 걱정이다. 김 사장은 "세계는 지금 철광석과 원료탄을 놓고 전쟁 중이다. 누가 광산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제철소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고 나면 오르는 철광석 값

지난해 1월 톤당 79달러였던 철광석 현물가격(중국 수입 인도산 기준)은 5월 100달러를 돌파한 뒤, 7개월 만인 12월엔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철광석 값 급등 원인은 단순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탓이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는 게 통상적인 경제 원칙이지만, 광물 자원은 다르다. 이미 매장이 확인된 광산에서 철광석을 캐내는 데만 적어도 수년 이상 걸린다.

문제는 갈수록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철광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두 거인은 연간 1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 중인 중국과 인도이다.

골드만삭스는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로 올해 세계 철광석 공급량이 4,000만톤(세계 수출 물량의 5%)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광석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더욱이 최대 수출국인 호주의 홍수 피해와 중국 대폭설로 기존 생산에 차질이 생긴 데다, 중국이 수출 탈피 정책으로 원자재에 최대 25%의 수출세를 부과한 것도 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유가 상승과 물동량 증가 여파로 원료운반선 운임도 두 배 가량 올랐다.

세 마리 공룡, 광산업체

신바람 난 곳은 광산업체들이다. 현재 철광석 시장은 브라질의 발레(옛 CVRD), 호주의 리오 틴토와 BHP 빌리턴 등 3대 업체가 전체 생산량의 78.2%(2006년 기준)를 틀어쥐고 있다.

사실상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아르셀로 미탈 등 철강업체들이 인수ㆍ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이 철광석 구매협상에 공동으로 나서는 등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있지만, 거대 광산업계와 맞서기엔 역부족이다.

악재는 더 있다. 세계 3위의 광산업체인 BHP 빌리턴이 2위인 리오 틴토를 인수하겠다는 선언했고, 발레도 4위권 밑의 다른 광산업체를 삼키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 우위의 가격 결정권이 더욱 확고해질 게 뻔하다.

새우등 터지는 철강업계

이런 상황은 광산업체와 철강회사 간 가격 협상에도 투영되고 있다. 매년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협상은 통상 1월에 끝나지만, 올해엔 2월 중순을 넘겨서까지 이어졌고, 결국 광산업체의 승리로 끝났다.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18일 발레와의 협상에서 4월부터 철광석 가격을 종전보다 65% 인상된 톤당 78.88달러로 적용한다는데 합의했다.

당연히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철광석 값 급등으로 쇳물 대체재인 철스크랩(고철) 값이 작년 초 톤당 280달러 수준에서 올해 초 470달러 대(미국산 기준)로 폭등했다.

쇳물로 만들어지는 후판(두꺼운 철판), 열연제품(중간재), 냉연제품(고급강판)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다. 포스코는 이달부터 열연ㆍ냉연 제품을 6만~6만5,000원 인상했고, 4월부터는 후판 가격 인상도 검토 중이다. 신일본제철은 4월부터 강판 가격을 10~20% 올릴 전망이다.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등 강판 전문 업체들도 죽을 맛이다. 원료(열연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비해 제품(가전ㆍ자동차 강판) 값은 공급과잉 탓에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당분간 원료(철광석ㆍ유연탄)와 제품 값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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