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여파로 파산 위기에 처한 모기지 은행 노던록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부실업체를 국유화한 것은 1970년대 이래 처음으로, 고든 브라운 총리와 집권 노동당 정부는 ‘경제통’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은 이 은행을 민간에 매각하려는 지난 5개월 간의 시도를 포기하고 노던록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뒤 시장이 안정되면 매각할 것이라고 17일 발표했다.
달링 장관은 그 동안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비롯해 여러 회사와 사모펀드들이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납세자들의 이익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던록은 지난해 9월 중앙은행으로부터 250억파운드의 긴급 자금을 받았고, 정부도 대출금과 보증금을 지원하느라 550억파운드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노던록의 국유화 후 매각 방침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가 민간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실상 국유화한 것과 비슷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라며 “민간에 매각한다는 생각은 ‘망상’이나 다름없었다”고 평했다.
사실상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가 5개월 동안이나 국유화를 미룬 것은 집권 노동당 정부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이후 만들어 온 ‘신 노동당(New Labour)’의 이미지를 잃어버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60~70년대 기업의 국유화를 추진했던 ‘구 노동당(Old Labour)’의 이미지를 다시 뒤집어쓸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수당의 조지 오스본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경제적 능력에 대한 노동당 정부의 평판이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우리는 국유화에 반대하며, 브라운 총리가 이 나라를 70년대로 돌려놓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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