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타결땐- 파국 피하지만 내각 지각출범 못 면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 손학규 대표와 통합민주당의 정치적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될까.
양쪽 모두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 정치적 계산은 없다”고 외치지만 내심 명분과 실리를 얻어내기 위한 신경전도 치열했다. 하지만 한 달 여의 지루한 논의 끝에 양쪽 모두 상처 뿐인 성적표를 안게 됐다는 대체적인 평이다. 양쪽 모두 ‘새로운 정치’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타협을 모르는 ‘구태정치’ ‘대결의 정치’를 재연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파국을 맞을 경우 이 당선인이 입을 타격은 상당해 보인다. 이 당선인은 25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지만 현 상황대로라면 정식 장관 없이 총리와 청와대 수석진만 데리고 집권 초기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정권 이행기에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공무원 사회는 계속해서 제자리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 당선인이 국정을 장악, 경제 드라이브를 거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협상 실패에 따른 정치력 부재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이미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당선인 주변 정무 보좌 기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손 대표의 타격도 만만찮다. 당장 새 정부 파행 출범의 주역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진보신당’의 슬로건도 빛이 바랠 수 있다. 대선 참패에서 확인된 민의를 무시하고 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민주당은 4ㆍ9 총선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손 대표 입장에서는 얻은 게 더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대표는 이번 협상을 거치면서 강한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이다. 민주당도 전통 지지층에게 대안 야당의 모습을 각인시켰고, 덩달아 당내 분란 움직임도 정리됐다.
민주당이 폐지를 강력 반대한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 등의 대변자로 부각돼 농어민, 여성계 등에서 지지율을 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바다를 담당하는 해수부 존치를 이슈화해 새 정부의 내륙 대운하 추진 공약을 견제하는 효과도 올렸다.
반면 이 당선인은 ‘작은 정부’라는 자신의 국정철학을 지켰다는 명분 확보가 큰 이득이다.
한나라당은 4ㆍ9 총선 슬로건인 ‘안정적 과반 의석 확보’의 논리가 분명해졌다. 야당의 견제론에 맞서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야당의 방해를 뚫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를 국민들에게 설득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 사사건건 맞닥뜨려야 할 야당과의 첫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것도 전리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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